
개항기 노동력 착취현장 '원형 보존'
2012년 오픈 팥빙수·카스텔라 명성
엽서 등 '기념품' 판매 숍인숍 시도
백 사장 "인천역사 이해돕는 공간"

인천 중구 개항장 거리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사진에 담았을 법한 '카페 팟알'.
7일 오전 찾아간 카페 팟알은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었다. 팥죽과 팥빙수, 일본식 나가사키 카스텔라로 이미 개항장 거리에서는 전국적인 유명 장소가 돼 '카페' 하나만으로도 장사가 잘 될 터인데, 굳이 부엌을 건물 뒤편으로 옮기는 공사를 하고 있었다.
부엌이 없어진 자리는 '인천'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변신한다. 옛날 건물의 맛을 판매하던 이색 카페에서 더 나아가 인천의 옛 모습, 옛 이야기를 간직한 기념품점을 들이기로 했다.
'숍인숍(매장 안의 매장)'이 되는 것이다. 기념품점에서는 인천의 옛날과 현재의 모습이 담긴 인천 엽서, 지도, 노트, 자석, 머그컵 등 '인천 굿즈'를 한데 모아 팔 예정이다.
일제 적산 가옥에서 2012년 시 등록문화재 카페로 화려하게 재탄생한 '팟알'이 2019년 인천의 모습을 더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한 공간으로 8년 만에 다시 귀환하는 거다.

일본식 목조 건물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카페 팟알'은 개항기 인천항에 노동인력을 공급했던 하역 업체의 사무실로 쓰였다.
1880년대 말에서 1890년대 초 건축된 것으로 추정된다. 옛 일본 조계지에 유일한 일본 전통 양식의 목조 건축물로, 건축사적 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일제강점기 하역노동자의 노동력 착취의 현장으로서 역사적 가치가 남다르다고 평가되고 있다.
인천시 등록문화재 중 민간이 소유한 단 하나의 건물이기도 하다. 독특한 외관은 물론 실내 다다미방, 당시 노동자들의 낙서, 창고까지 옛 모습을 거의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인천 굿즈'를 팔기로 결심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인천의 역사와 문화가 충분히 이해되지 못하고, 상업적으로만 소비되는 세태가 그저 아쉬울 뿐이었다. 새로운 카페 팟알은 오는 13일 문을 연다.
백영임 카페 팟알 사장은 "개항장 거리가 기존의 역사성을 살린 공간으로 거듭나기보다 '뉴트로' 유행에 따라 단순히 소비되는 것 같아 아쉬웠다"며 "이곳에 오면 인천과 인천의 역사도 이해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념품을 파는 새로운 시도를 했고, 이 시도가 근대 건축물 활용에 좋은 사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