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75개 기초문화재단 운영중
지역 기반의 중요 시책 심의·지원
수요 많아지는 만큼 성장 가속화
운영 전문성 요구되는 '대표이사'
고도화된 리더십 요구 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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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2014년 46개였던 기초문화재단이 2019년 2월 현재 서울 15개, 부산 1개, 인천 2개, 대구 6개, 울산 1개, 경기 14개, 강원 9개, 충북 3개, 충남 4개, 경북 6개, 경남 6개, 전북 3개, 전남 5개 등 총 75개가 설립·운영되고 있다. 이는 전국 226개 시군구 중 33.2%에 해당한다. 광역단위에서는 경기문화재단, 서울문화재단 등 16개 재단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기초문화재단들은 '사단법인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이하 전지연)'를, 광역문화재단들은 '사단법인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이하 한광연)'를 구성하여 전국적인 협력망을 형성,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알다시피 재단의 설립은 정부, 기업 그리고 개인 차원에서 가능하며, 그 역할과 임무는 다양하다. 한 예로 국가와 정부가 재단을 설립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공식적인 정부행정체계 내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혹은 수행한다 하더라도 효율적이지 못한 임무나 역할을 준 민영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며, 또한 공공의 목적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로 여기기도 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지역사회 및 지방자치정부가 공공서비스의 효율적인 전달을 위해 지역재단의 개념을 도입하는 사례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지역문화재단의 경우를 보면 설립목적과 역할 등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볼 때 다소 차이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2014년에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 제19조와 20조에 의한 '지역문화재단의 설립, 지원' 등의 규정과 [지방자치법] 제2조와 19조의 규정을 근거로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유산, 문화예술, 생활문화, 문화산업 및 이와 관련된 유형·무형의 문화적 활동의 진흥에 관한 중요 시책을 심의·지원하고 그 사업을 수행하는 공공문화재단'의 개념을 준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각 지자체의 조례에 의해 설립·운영되고,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출연기관이며, [민법] 중 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적용해야 하는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주민의 문화욕구 증가와 새로운 삶의 방식 등장, 미래가치의 수용 및 시민의 문화권 확장요구가 커짐에 따라 이를 담아 낼 지역단위의 기구에 대한 수요가 더 많아지고 있고 이로 인해 지역문화재단의 양적 성장은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 따라서 지역문화재단의 수가 늘어나는 속도만큼 재단의 질적 역량 또한 함께 상승해야 함이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올 초, '전지연'에서는 기초문화재단을 대상으로 [기초문화재단 설립 실태조사 및 지역문화재단 역량강화를 위한 전략과 방향 연구](연구책임 디자인 자리)를 수행하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초문화재단의 정규직 성비 분포는 남성 55%, 여성 45%이며, 임원(이사)의 구성은 남성 80%, 여성 20%로 조사되었다. 조사대상 기초문화재단 중 16%는 임원에 여성 구성원이 전혀 없었다. 운영되고 있는 사업의 범위는 기초지자체의 행정업무 분산, 문화시설운영 및 지역축제운영 등 행정 필요에 의한 사업 및 기초지자체의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대표이사 인사에 영향을 미친 사례도 있었다. 지역문화재단 설립 시 기본 요건으로 문화예술의 특성 및 전문성이 반영될 수 있는 독립성과 자율성의 보장, 즉 '팔길이 원칙'이 지켜지기를 기대하는데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지역문화재단의 질적 역량 향상을 위해서 독립성과 자율성은 필요한 요소이다. 이를 근간으로 지역이 가진 특성과 주민들의 삶의 여건을 반영한 재단비전 설계가 이루어져야 하고 동시에 지역의 문화정책수립과 사업추진의 투명성·공정성을 위한 재단운영의 민주화, 권력형 위계문화의 타파, 성 평등 문화의 정착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최근 몇몇 지역의 문화재단 대표이사 공모 후의 뒷말들이 무성한 것 같다.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예술기구로서 운영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이니만큼 기관장의 자질 및 리더십에 대한 지역사회의 상당한 수준의 요구는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모든 사회문제로부터의 고립이 아닌, 시대정신과 사회적 이슈로부터 균형을 유지하고 정치적, 행정적 간섭과 사적지배로부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지역문화재단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지역문화재단은 고도화된 리더십 요구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