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 안성시 문화관광과 과장
이주현 안성시 문화관광과장
안성은 유서 깊은 호국의 고장으로써 충주를 거쳐 부산에 이르는 영남대로의 길목이다. 또한 삼국시대부터 군사적으로 전략적 요충지였으며 고려와 조선시대에도 도성 방어의 중요한 지역이었다. 그에 따라 몽고 침입 시에는 송문주 장군이 죽주산성에서 몽고군과 전투를 펼쳐 승리를 이뤘으며, 홍건적의 난때는 거짓 항복하는 척하며 술을 먹여 취한 틈을 타 적의 괴수 6명의 목을 베어 결정적으로 전세를 뒤엎은 곳이 바로 안성이다. 이렇듯 나라의 위기 때마다 보여준 안성의 호국정신은 일제의 침탈과 식민통치 기간에도 나타났다. 안성의 독립운동사에서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양성·원곡면의 만세운동이며, 지난번 기고문에서 보았듯이 안성읍내에서는 좀 더 색다른 방식으로 만세운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죽산지역에서의 일제에 대한 저항은 일찍부터 의병활동으로 시작됐다. 이곳은 예로부터 군사적 요충지이자 삼남지방으로 이어지는 교통의 요지였기에 경기 남부 의병의 거점이 돼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이에 따라 정주원, 여병대, 윤석규, 김동식, 김봉환 등 걸출한 안성 출신 의병장들이 많이 배출되고 활동했다. 죽산지역 역시 3·1운동이 일어날 당시 일제 식민통치에 저항하는 만세운동이 크게 벌어지기도 했다. 1919년 4월 1일 죽산공립보통학교(현 죽산초등학교)의 양재옥·안재헌 학생이 교정에서 50여명의 학생들과 함께 만세를 부른 것이 시작이었다. 학생들의 만세시위에 동화된 주민들이 참여하면서 대규모로 확산됐다. 4월 2일에는 오전부터 죽산시장을 중심으로 만세시위가 시작되더니 이날 밤에는 각 마을에서 모인 주민들로 2천여명의 군중이 집결했다. 이들은 죽산경찰관주재소, 죽산우편소, 이죽면사무소로 가서 독립만세를 외치고, 건물에 투석하는 등 실력항쟁의 양상을 보였다. 또한 일죽면에서는 주민 200여명이 주천경찰관주재소, 일죽면사무소 등에서 만세시위를 벌였고, 삼죽면에서는 주민 300여명이 삼죽면사무소를 공격했다. 이처럼 죽산은 4월 1일부터 3일까지 2천여명의 주민이 참여하여 일제의 식민 통치기관인 주재소, 우편소, 면사무소를 응징하는 만세운동을 전개했으며, 이로 인해 출동한 경찰과 군대에 의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안성의 또 다른 실력항쟁지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죽산의 일제에 대한 항거는 우리들에게 기억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3·1운동의 중요지역으로 안성을 꼽지만 그 중에서도 양성·원곡면의 만세운동을 주로 말한다. 앞에서 죽산지역의 만세운동을 언급했듯 양성·원곡면의 만세운동에 못지않게 강렬한 만세운동을 전개했고 대규모의 인원이 참여한 실력항쟁의 양상과 그에 따른 피해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3·1운동의 역사에서 그리고 안성의 역사에서 죽산의 독립운동을 다시 주목해야 할 이유이다. 또한 죽산지역 독립운동가들의 잊혀진 이름을 밝혀내고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야 하는 과제도 풀어가야 한다.

전국적으로 3·1운동 100주년에 대한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안성은 3월 11일이 최초의 3·1운동 발생일이지만 가장 극력하게 만세운동을 펼치고 심지어 이틀간의 해방을 이룬 업적을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 매년 4월 2일에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100주년인 올해에도 안성은 4월 2일에 '4·1만세항쟁, 2일간의 해방'행사를 독립운동 성지인 안성3.1운동기념관에서 개최한다. 특히 4월 2일부터 7일까지 문화제 주간으로 설정하고, 내혜홀광장에서 시민 및 청소년 참여 문화행사 '함께 기억하는 100년'(4월 3일~5일)과 안성3.1운동기념관에서 전국 독립운동 기념관 체험박람회 '함께하는 나라사랑'(4월 6일~7일) 행사가 동시에 열린다. 예년보다 다채롭고 성대한 100주년을 맞이하겠다는 의지이다. 4월 2일에 열리는 '만세항쟁 재현퍼포먼스'는 좀 더 특별하다. 당시 만세운동에 참여했던 2천명의 모습을 재현하고자 양성면과 원곡면에서 각 1천여명이 기념관을 향해 만세행진을 진행한다. 이 행사에 일반 시민과 청소년, 다른 지역의 주민들도 참가하여 당시 선열들의 만세운동을 함께 느껴보면 좋을 듯하다.

안성은 3·1운동의 3대 실력항쟁지로 황해도 수안군, 평안북도 의주군 등 북한에 2곳이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남북교류협력사업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지난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차근차근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모든 과정들이 남북의 평화로운 시대, 미래 100년에 기록될 역사이며, 안성이 새로운 시대를 여는 역사를 만드는 주역으로 기억되길 기대한다.

/이주현 안성시 문화관광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