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고 차베스와 니콜라스 마두로로 이어진 베네수엘라 좌파정권의 20년 사회주의 경제실험이 비극의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차베스는 1999년 집권해 신자유주의 경제를 배격하는 사회주의 경제정책을 펼친다. 석유산업을 재국유화해 거머쥔 오일머니로 빈민층에게 무상교육, 무상의료, 저가주택을 제공했다. 이른바 볼리바르 혁명이다.
차베스는 미국의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좌파 선봉장을 자임했다. 국장(國章)에 그려진 백마가 오른쪽을 향한다고 왼쪽으로 틀어버렸을 정도였으니, 전세계 반미 사회주의 세력들의 추종은 당연했다. 국내에서도 진보성향 정당과 매체들이 차베스와 베네수엘라에 주목하고 열광했다. 하지만 오일머니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사회주의 경제실험은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파국에 직면했다.
파국의 피해는 온전히 베네수엘라 국민의 몫이 됐다. 오일머니가 마르자 마구 찍어낸 화폐로 극단적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지난해 0.8볼리바르였던 커피값이 최근에 2천800볼리바르로 3천500배가 올랐다. 80만%라는 인플레이션으로 수공예품 재료로 전락한 화폐는 종이 값에도 못미친다. 극심한 경제난을 피해 전체인구의 10%인 300만명 이상이 국외로 탈출해 구걸과 매춘으로 낯선 나라의 거리를 헤맨다. 콜럼비아 등 베네수엘라 접경국가들은 국경을 봉쇄하고 나섰다.
급기야 최근엔 대정전 사태로 나라 전체가 암흑에 잠겼다. 세계 최대의 원유 매장 국가가 수력발전에 의존하다 발전소가 고장나자 블랙아웃에 휩싸였으니 이만한 미스터리가 없다. 한때 남미 최고의 부국이자 최대의 위스키 소비국이던 베네수엘라가 대정전으로 중환자들이 죽어나가고, 시민들은 냉장고에 아껴둔 비상식품을 꺼내먹는 지경에 처했다.
나라는 거덜났는데 대통령은 두명이나 된다. 차베스의 뒤를 이은 좌파의 마두로 대통령에 대해 스스로 대통령을 선언한 우파정당 연합의 과이도 국회의장이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좌파와 우파를 지원하는 외세의 간섭은 노골화되고 좌파 기득권세력과 우파 정권교체세력으로 민심도 갈라졌다.
대정전은 연극의 암전과 같다. 대정전의 암흑 속에서 베네수엘라의 파국의 무대가 어떻게 전환될지 궁금하다. 분명한 건 베네수엘라가 세계 경제사에 전례없는 반면교사로 기록될 것이란 점이다.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