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방식·장소 시사편찬위서 논의

2년전 향토문화유산 지정서 제외
미추홀구도 "공청회 등 절차 필요"


인천시가 인천도호부청사 담장 아래 14년 동안 방치했던 '을사오적' 박제순의 공덕비(3월 12일자 1·3면 보도)를 다시 세우기로 하고, 이를 위한 공론화 과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관련 학계를 비롯한 전문가 의견을 들어 공덕비를 어디에 어떻게 세울지 결정할 계획이다.

인천시는 박제순 공덕비 처리 문제를 4월 열릴 예정인 시사편찬위원회 논의 안건에 포함할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인천시 시사편찬위원회는 기존 위원들의 임기가 끝나면서 올해 새로 구성돼 4월 중순 위촉식과 함께 첫 모임을 연다. 인천시는 역사 전문가들로 구성된 시사편찬위원회에 박제순 공덕비 처리 방안에 대한 자문을 구할 계획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공덕비를 담장에 마냥 둘 수는 없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세워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이나 인천시가 일방적으로 처리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며 "전문가 의견을 듣는 방법이 좋겠다고 판단해 마침 4월에 구성되는 시사편찬위에 의견을 묻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천 미추홀구 관교동 인천향교 앞에는 을사오적 중 한 명인 박제순 등 역대 인천부사(仁川府使)들의 공덕비 18기가 있었는데, 2005년 12월 '친일파의 공덕을 기리는 것이 적절하냐'는 논란이 일면서 전격 철거됐다. 철거된 공덕비는 인천향교 옆 도호부청사 재현 건물의 담장 밑에 방치돼 왔다.

2017년 인천향교 앞 인천부사 공덕비를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 미추홀구도 박제순 공덕비의 처리 방안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마침 미추홀구는 올해 인천향교 앞에 인천부사 공덕비를 설명하는 안내판을 제작할 예정이다.

미추홀구는 2년 전 향토문화유산 지정 당시 박제순의 공덕비를 어떻게 할지 논의를 했다가 일단 박제순을 제외한 나머지 17개 비석들만 지정한 상태다.

향토문화유산은 국가 또는 인천시 지정 문화재보다는 낮은 단계인데 지역적으로 보존·관리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기초자치단체가 정하고 있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2017년 향토문화유산 지정 당시에는 이미 박제순의 공덕비가 철거된 이후였고, 도호부청사 창고에 따로 보관돼 있는 줄 알고 논의대상에서는 일단 제외했다"며 "박제순 공덕비에 대해 지자체에서 어떤 방향을 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고, 공청회라든지 사회적 합의 절차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