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류 소비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갑자기 늘어난 몸무게가 아니라 한승태의 '고기로 태어나서'(시대의 창 刊)를 읽고 나서다. 새삼 독서의 위대함까지 깨우쳐 준 이 책의 저자는 닭, 돼지, 개 농장에서 노동하면서 동물이 식용고기가 되는 과정을 세밀하게 적고 있다. 그 묘사가 너무 생생해 전율이 일어날 정도다. 영화 '옥자'를 보았을 때처럼 이 책을 읽으면 적어도 2주 정도는 고기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종말 시리즈로 유명한 제러미 리프킨은 '육식의 종말'에서 "수백만 명의 인간들이 곡식이 부족해 기아에 시달리고 있는 와중에도 선진국에선 육류, 특히 쇠고기의 과잉섭취로 인해 '풍요의 질병' 즉, 심장 발작, 암, 당뇨병 등에 걸려 죽고 있다"며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래서인지 최근 채식주의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아울러 전통적인 축산업이 환경파괴 논란을 낳고 있으며, 밀집 사육시설과 도축과정에서의 잔인함 등 동물복지를 문제 삼는 소비자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채식주의를 선언해버리는 이들도 꽤 많다.
전 세계 육류 생산을 좌지우지하는 연 매출 55조원의 다국적 기업 '타이슨 푸즈'가 지난해 5월 구멍가게 수준의 '퓨처미트 테크놀로지'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발표했다. 퓨처미트는 '실험실 고기'로 불리는 '배양 고기' 원천기술을 보유한 이스라엘 회사다. 이 밖에도 타이슨 푸즈는 '비욘드 미트' 지분도 5% 인수했다. 이 회사 역시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효모, 섬유질 등과 배양해 고기의 풍미, 육즙, 식감을 구현한 식물성 고기를 만드는 회사다. 아쉬울 게 하나도 없는 공룡 기업이 이런 대체육 제조회사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타이슨 푸즈의 발 빠른 움직임에서 우리는 '축산업의 종말'을 읽는다.
지금 미 실리콘밸리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식품 기업까지 대체 식량 개발에 한창이다. 고기의 맛과 식감을 그대로 재현해 낸 대체육이 세계 식품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100% 식물성 단백질이면서도 고기와 유사한 맛과 식감을 낸다는 비욘드 미트의 '인조고기'가 다음 달부터 국내에 시판된다는 소식이다. 바야흐로 대체육 시대가 열린 셈이다. 채식주의자에겐 반가운 소식이지만, 육류 소비량이 아시아 최대 수준이고 여전히 '씹는 맛'을 즐기는 우리에게 비싼 대체육이 성공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