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포기 가장큰 이유 '주거문제' 해결해야
다가올 앞날 우리 아닌 '청년 주도' 공감 중요
'편견 없애는 시민의식 정착' 기성세대의 몫
우리가 해왔던 것, 지금 하고 있는 것, 앞으로 할 것들을 생각하면 우리 국민들은 서로를 대견하다 여기고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서로 토닥여 줄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필자 역시 숱한 인생의 난관들 앞에서 흔들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학생운동을 하다 수감이 되기도 했고 영어 생활 중에는 대장의 상당 부분을 잘라내는 수술까지 해서 한때는 말 그대로 살아남는 것이 목표였던 적도 있다. 지금까지 좌절하지 않고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이 이런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필자를 포함한 민주화 세대, 그 이전의 산업화 세대는 함께 불가능을 넘어선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 세대, 혹은 그 앞의 세대가 갖고 있는 낙관의 근원 아닐까.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굳이 누군가 설명해 주지 않아도 굉장히 어렵다. 젊은이들은 끊임없는 의자 빼앗기 놀이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그 의자에 앉지 못하면 남이 그 의자에 앉아 버리고 만다. 세대 간은 물론 남녀 간 갈등까지 심각해지고 있는 요즘 젊은이들의 현실을 바라보고 있자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자기 자신의 좌절과 절망이 너무 크면 타인의 고통을 보기 쉽지 않다. 지금 우리 청년들에게서 낙관이나 배려를 발견하기 쉽지 않은 건 그들이 얼마나 힘든지를 역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우리 젊은이들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시장으로서 필자는 젊은 세대에게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벌어줄 수 없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성남시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남시에 있는 직장을 다닌다 하더라도 성남에서 거주할 수 없는 것이 요즘 젊은이들의 현실이다. 2년 전만 해도 9천만원이면 족하던 원도심의 아파트 전세는 최근 2억원까지 치솟았다. 100%가 넘는 상승률이다. 경제력이 되는 부모님이 없으면 판교도 분당도 원도심도 언감생심이 돼 버린 게 현실이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가 주거 문제라고 하는데 시장으로서 이 걱정을 덜하게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젊은 세대들을 성남에서 더 많이 품는 것이 정책 목표가 된 이면에는 판교나 하이테크밸리의 기업이 계속 유입되는 데 반해 정작 성남의 고용률은 정체된 현상을 집중해서 봤기 때문이다. 직장과 주거가 떨어진 직주분리 현상이 주원인으로 보이는데 젊은이들의 주거를 어느 정도 해결해 주는 것이 시장으로서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더불어 필자와 비슷하거나 앞선 세대분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조금 서운하실지 모르지만 다가올 미래는 우리가 아니라 청년들이 주도해야 하는 시대라는 점에 공감해 주셨으면 하는 점이다. 며칠 전 학교 밖 청소년을 만나 점심을 같이 먹는 자리가 있었다. 아이들이 사람들의 편견을 어떻게 없애느냐고 물었다. 시민의식이 생기면 편견은 줄어들 거라고 말해줬다. 누구나 내 나름대로의 행복, 나만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학교를 나가는 아이들의 선택도 존중해주는 것이 기성세대로서의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하고 있다. 그 세상의 변화를 기획하고 역동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갖춘 세대는 우리 청년들이다. 우리 같은 아날로그 세대들이 감당할 수 없는 세상을 우리 청년 세대들이 주도할 수 있도록 앞세대가 그들을 지지해 주고 함께 길을 모색하자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
/은수미 성남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