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음모·사건들 꼬리무는 '악질경찰'
세월호 참사 연상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
■악질경찰
■감독 : 이정범
■출연 : 이선균, 전소니, 박해준
■개봉일 : 3월 20일
■드라마 / 청소년 관람불가 / 127분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두고 그 날의 아픔을 담은 상업영화 두 편이 스크린에 걸린다. 그동안 저예산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등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룬 적은 있었지만, 상업영화로 제작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먼저 20일 개봉한 '악질경찰'은 각종 비리와 범죄를 일삼는 경찰 조필호가 폭발 사건 용의자로 몰리고, 거대한 기업의 음모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영화다.
급하게 목돈이 필요했던 조필호는 경찰 압수 창고를 털려다 의문의 폭발사고를 당한다. 그의 사주를 받아 창고에 들어간 한기철은 현장에서 사망하고, 조필호는 유일한 용의자로 경찰 조사를 받는다.
조필호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건을 쫓던 중 폭발사건의 증거를 가진 고등학생 미나와 엮이게 되고, 미나를 추격하는 또 다른 검은 세력과 마주한다.
이번 영화는 '아저씨', '우는 남자'의 이정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감독은 신작 역시 전작처럼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던 한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그린다.
이 과정에 감독은 세월호 참사를 간접적으로 다룬다. 세월호 사건으로 사망한 여고생과 그 가족의 삶을 조필호와 미나의 캐릭터에 연결시켜 그 날의 아픔을 들춘다.
두 사람이 각자의 사연으로 엮인 유가족과 세월호 희생 학생의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세월호 참사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
극중 이선균은 주인공 악질경찰 조필호 역을 연기했다. 그는 비열하고 악독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색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거대 기업의 온갖 비리를 처리하는 권태주 역은 박해준이 맡아 열연을 펼쳤다.
장미나 역을 연기하는 전소니는 담담한 표정과 강렬한 눈빛 연기로 눈길을 끈다.
남겨진 가족들의 이야기 초점 맞춘 '생일'
설경구·전도연 탄탄한 감성 연기에 몰입
■생일
■감독 : 이종언
■출연 : 설경구, 전도연
■개봉일 : 4월 3일
■드라마 / 전체 관람가 / 120분
이어 다음 달 3일 개봉하는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 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는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생일이 다가오면 아이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아이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생일 모임'을 모티브로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2015년 여름부터 안산을 찾아 유가족 곁에서 봉사활동을 해온 이종언 감독은 안산에 위치한 치유공간 '이웃'에서 생일 모임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고 영화 제작을 결심했고,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영화에 녹였다.
영화는 오롯이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감독은 섣부른 해석과 왜곡은 실제 사건과 유가족에게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고 정직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가족을 잃은 남겨진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이를 통해 이들이 살아가는 용기를 얻는 모습을 담담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또, 감독은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보통 사람들의 시선도 곳곳에 담아냈다. 아무렇지 않게 보상금을 이야기하는 모습과 유가족의 울음소리가 견디기 힘든 이웃의 모습 등을 통해 주변의 무심함을 보여준다.
소중한 가족을 잃은 부모의 모습은 설경구와 전도연이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그려냈다. 설경구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아빠 정일 역을, 전도연은 떠나간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엄마 순남 역을 맡아 풍부한 감성 연기를 펼친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