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13도 대표 집결지' 역사적의미 취지 불구
임정수립일 등 틀려 "엉터리 검증" 비판 거세
인천 중구와 지역 민간단체가 최근 자유공원에 설치한 '한성임시정부 13도 대표자회의 집결지' 표지석의 내용이 오류투성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단체는 전문가 등에게 자문을 받아 표지석을 설치했지만, 철저한 검증도 없이 시민에게 잘못된 역사를 전달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사단법인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는 중구와 공동으로 지난 1월 말 인천 중구 자유공원에 '한성임시정부 13도 대표자회의 집결지' 표지석을 세웠다.
3·1운동 시작 한 달 뒤인 1919년 4월 2일 만국공원(현 자유공원)에서 한성임시정부 수립을 논의하기 위해 전국 13도 대표자 회합이 열렸다는 역사적 의미를 시민에게 널리 알리자는 취지다.
한성임시정부는 상해, 노령(러시아) 등 해외 2개 임시정부와 통합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한 줄기를 이뤘다.
하지만 자유공원에 설치한 한성임시정부 표지석 내용에 결정적 오류가 있다. 표지석에는 '이후 1919년 4월 13일 상해·노령·한성 세 정부가 통합돼 대한민국임시정부가 탄생했다'고 적혀있다.
내용 중 '4월 13일'은 정부가 지난해까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기념일로 지정했던 날짜이지, 상해·노령·한성 등 국내외 3개 임시정부가 통합한 날이 아니다.
노령임시정부는 1919년 3월 17일, 상해임시정부는 같은 해 4월 11일, 한성임시정부는 같은 해 4월 27일 각각 설립됐다.
3개 임시정부는 1919년 9월 11일 헌법 개정 형식으로 '대한민국 임시헌법'을 공포하면서 통합했다.
또한 정부가 상해임시정부 수립일을 기준으로 정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은 기존 4월 13일이었으나, 임정 수립 100주년인 올해부터는 '4월 11일'로 변경하기로 지난해 결정됐다.
자유공원 표지석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수정하기 전 임시정부 수립일을 표기한 셈인데, 정부가 지난해 대대적으로 홍보한 정책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기존 4월 13일은 임시정부에서 펴낸 '한일관계사료집' 등 2건의 사료를 근거로 정부가 1989년부터 임정 수립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수립일 지정 이후 4월 11일이 임시정부 수립일로 돼 있는 임정의 달력, 기관지 등 20건이 넘는 사료가 추가로 발굴되면서 임정 수립일을 바꿔야 한다는 학계의 요구가 이어졌다.
국가보훈처는 관련 연구용역과 학술회의 등을 거쳐 재검토했고,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해 임시정부 수립일 기념식에서 "내년부터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을 4월 11일로 수정하겠다"고 발표해 확정됐다.
인천의 한 역사학자는 "인천지역의 역사 관련 상징물을 만들 때마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라며 "명확하고 공인된 역사적 사실을 틀린 것은 검증조차 하지 않고 만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관계자는 "전문가 등의 자문을 거쳐 표지석 문구를 작성했다"며 "확인 결과 오류가 있다고 파악했고, 수정을 추진하겠다"고 해명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