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예훈장(Medal of Honor)'은 미국에서 가장 등급이 높은 훈장이다.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은 재임 당시 '자유훈장'과 함께 '명예훈장' 시상식을 가장 자랑스러워 했다. 그래서인지 검증작업도 매우 까다롭다. 맥 라이언 주연의 영화 '커리지 언더 파이어'는 걸프전 복무 중 사망한 여자 조종사에게 사상 최초로 여군 명예훈장을 추서하기 위한 조사단의 검증 과정을 그렸다.
'명예훈장'은 1862년 남북전쟁에서 처음 수여된 이래 지금까지 3천400여 명의 군인에게만 수여됐다. 이 중에는 1871년 '신미양요'에 참여한 미군 15명과 한국전쟁 참전용사 146명도 포함돼 있다. 훈장은 백악관에서 대통령에게 직접 받으며 이 과정은 미 전역에 생중계된다. 훈장 수훈자는 대통령부터 장군, 의원들로부터 거수경례를 받는다. 이들 자녀에겐 조건만 되면 추천이나 입학 정원에 상관없이 미국 사관학교 입학이 주어지는 등 14가지의 큰 혜택을 준다. 미국은 이런 예우를 해줌으로써 국민 간 결속을 다진다. 이는 미 국민의 군인에 대한 사랑이 확실하게 몸에 밴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의 군인 예우는 미국과 많이 다르다. 지난해 7월 17일 포항에서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이륙 도중 추락해 5명의 해병대원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은 형체를 알 수 없는 잔해와 시신 등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 하지만 정부의 사고 처리는 어이가 없었다. 사고 현장을 즉시 공개하지도 않았다. 청와대 대변인은 "수리온의 성능은 세계 최고 수준"이란 뜬금없는 발표로 국민을 어리둥절케 했다. 대통령의 애도 역시 사고 3일 후에야 나왔다. "유족들이 의전 등이 흡족하지 못해 짜증이 난 것 같다"는 국방부 장관의 실언에 유족은 큰 상처를 받기도 했다.
오늘은 4회 '서해수호의 날'이다. 2016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과 제2연평해전 희생 장병을 기리기 위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행사는 천안함이 폭침(2010년 3월 26일)된 3월 넷째 주 금요일 대전 국립현충원에서 치러진다. 1회엔 박근혜 대통령이 2회엔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이 참석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3회 행사엔 이낙연 총리만 참석했다. 오늘 문재인 대통령의 참석이 기대됐지만 불참한다고 해서 유가족이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뜻깊은 호국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한다면 국민의 감동도 컸을 텐데, 아쉽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