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영포럼 창립20주년 및 강연400회 반기문 전UN총장9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1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라마다송도호텔에서 열린 인천경영포럼 창립 20주년 400회 초청 강연에서 '최근 한반도 정세와 북핵문제'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남·북·미 비핵화 이해 조금씩 달라
2차 북미회담 실패 '시각차' 원인
"北, 당장 핵포기 어려울 것" 지적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은 2차 북미정상회담의 실패 원인은 남북·북미·한미 간 잘 맞물려야 할 톱니바퀴가 조금씩 어긋나면서 벌어진 결과라며, 우리 정부는 북한 핵 문제의 당사자로서 주인 의식을 갖고 빨리 그 원인을 찾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21일 경인일보와 인천경영포럼이 인천 라마다 송도호텔에서 공동 개최한 '인천경영포럼 창립 20주년·강연 400회 달성' 기념 특별 초청 연사로 나와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외교가 정치화돼선 안 된다. 여야 가리지 않고 초당적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가자"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해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1차례의 북미정상회담 과정에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남·북·미가 조금씩 다르게 이해하고 있었다"며 "당장 북한은 지난해 말 선전매체를 통해 미국의 핵우산 철수를 주장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를 바라보는 남·북·미 시각이 다르다 보니 정상회담 과정에서 조금씩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그런 게 폭발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은 "1991년부터 북핵 협상 당사자로 나서 일을 해온 경험상 그동안의 북한 패턴을 볼 때 당장 핵을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한 뒤 "북한은 항상 위기가 있을 때 문을 열었다가 그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면 다시 문을 닫는 방식의 협상을 벌여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협문제도 당장 풀리면 좋겠지만 지금은 숨을 고르며 지켜봐야 할 시기"라며 "우리가 섣부르게 경협을 추진하다가 오히려 한미동맹 관계에 큰 균열만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한미동맹이 그냥 쉽게 이뤄지고 있는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며 "특히 현 트럼프 정부에선 미국의 행태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남북 관계에 있어 중요한 시기에 있고 이럴수록 여·야와 진보·보수 등을 떠나 온 국민이 하나로 뭉쳐 현 정부와 함께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한반도 정세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나아지고 있는 만큼 범국민적으로 지지해 주자"고 강조했다.

이날 특별 초청 강연에는 박남춘 인천시장을 비롯해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이용범 인천시의회 의장, 더불어민주당 윤관석·맹성규, 자유한국당 안상수·홍일표 국회의원,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각계인사 500여명이 참석했다.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