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욕망 실현 수단이 된 교육… 학폭 잔혹성 등 부작용 심각
물질 만족도 상위권 불구 행복도 '최악' 각종 비리에 불신도 깊어
교육의 목적 고민해볼 시기… 지면 통해 다양한 연구·의견 공유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은 우리 교육을 대표하는 명제로 오랫동안 활용됐다.
가난을 딛고 명문대에 입학해 사법고시를 통과한 인물의 성공스토리, 자녀를 모두 명문대에 보내고 성공한 여성으로 추앙받는 어머니, 그 숱한 '교육신화'를 가장 명쾌하게 설명하면서도 대한민국 학부모의 교육열을 추동하는 원동력이 바로 이 속담에 있다.
그래서 우리 교육은 곧 '기회'로 해석돼왔다. 사회적 욕망을 실현하는 유일하면서 가장 공정한 기회라고 구성원 대부분이 동의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풍속 중에서 한국 부모의 교육열만은 절대 변하지 않는 '진리'가 된 것도 그 이유다.
그런데 아이들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라며 사춘기의 귀여운(?) 반항 정도로 학업 스트레스를 표현하던 것이 이제는 물리적·정신적인 자해와 타인을 향한 폭력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청소년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은 이미 오래됐고, 최근엔 20대 청년들의 자살률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상적 이슈가 된 학교 폭력은 갈수록 잔혹성을 더해간다.
한국 어린이 청소년 행복지수를 비교한 결과도 이를 잘 보여준다. 행복지수는 OECD 평균치를 훨씬 밑돌고, 그 중에서도 스트레스는 가장 높았다. 학교생활 만족도도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더욱 충격적인 건 물질적 만족도는 상위권인데, 아이들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도는 매해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 풍요롭지만 아이들의 정신은 빈곤하다.
부모들도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과연 지금의 교육이 공정한 기회로 작동하는가. 특히 지난해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을 겪으며 학부모들의 불신은 뿌리 깊어졌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간 부모들은 교육의 목적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위해 나와 아이의 인생을 교육에 담보하는가.
또한 부모와 사회의 등쌀에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을 목표로 살아 온 현재의 20, 30대가 뒤늦게 행복을 고민하고, 삶의 가치를 찾아 사회를 이탈하는 최근의 현상을 볼 때 그 고민은 앞으로 더욱 확장되고 깊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에 경인일보는 교육면을 신설하며, 대학입시만을 위한 교육정보를 지양하고 다음 세대를 올바르게 육성하기 위한 미래교육을 함께 논의하는 토론의 장을 열기로 했다.
'행복한 아이가 행복한 어른이 된다'는 주제 하에 경기도교육청을 비롯한 전국의 시도 교육청, 교육부 등 교육 당국의 다양한 정책 실험과 연구기관들의 교육연구자료를 분석해 그 결과를 독자와 함께 공유한다.
또 학생 칼럼인 '우리들의 목소리'를 통해 학생들이 직접 사회이슈에 대해 생각하고 쓰는 공간을 마련해 경기도 내 다양한 학생들의 생각과 목소리를 듣는다.
더불어 미래 교육을 함께 고민하는 독자들의 아낌없는 제언도 기다리고 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