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이보다 바람·안개가 더 무서워
대소변 고려 자극적 음식도 자제

수많은 노동자들의 일터이기도 합니다.
가장 높은 곳에서 일하는 크레인 기사를 '항만 하역의 꽃'이라고 부릅니다.
홍윤택(51) 선임 기사는 17년째 인천항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선광 신컨테이너터미널에서 접안한 배에 컨테이너를 싣거나 내립니다. 대한민국 수출입의 최일선입니다.
45m 높이의 조종실에서 크레인을 조작하는 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발밑이 아찔하지만 무서움을 느낄 새가 없습니다.
항만에는 늘 바람이 불고 안개가 끼기 마련인데, 그게 제일 무섭습니다. 바람이 불면 컨테이너가 흔들리기 때문에 제 위치에 내려 놓기가 어렵습니다.
안개는 컨테이너조차 보이지 않게 합니다. 인천항은 특히 조수간만의 차이가 크기로 유명하지요. 10m를 더 내려가거나 올라옵니다. 이런 것들이 크레인 기사들을 괴롭힙니다.
인천항 크레인 기사들은 그래서 더욱 정신을 집중해야 합니다. 3시간 이상 작업하는 게 금지되어 있는 이유입니다. 그만큼 힘이 듭니다. 대소변을 참는 것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조종실을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가 생겨 편해졌지만 아직 화장실은 없습니다. 배탈이라도 나면 그야말로 큰일입니다. 근무 전날에는 자극적인 음식은 절대로 먹지 않습니다.
이제는 몸도 일에 생체리듬을 맞추나 봅니다. 쉬는 날에도 소변이 3시간마다 나옵니다.
일본에서 대학 다니는 딸이 부모님을 소개하는 수업 시간에 '우리 아빠는 대한민국의 수출입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했다는 말에 오늘도 고된 일과를 힘차게 시작합니다.
글/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의 얼굴'을 찾습니다. 평범하지만 인천을 지탱하는 든든한 얼굴이라고 생각하시는 이가 있다면 문을 두드려 주세요. 굳이 얼굴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인천을 상징하는 손이나 발, 어느 것이어도 됩니다. 모두가 '인천의 얼굴'이 될 수 있습니다.(032)861-3200 이메일 :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