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원주민 귀향지원 권고
'국가사무 한계' 市 지원근거 없어
1세대는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황
조례 통과땐 30가구 月30만원 혜택
안병배 의원 "특별법 제정도 무산돼"

인천상륙작전 때 미군의 폭격으로 희생된 월미도 원주민에게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하는 조례가 때아닌 색깔론과 겹쳐지면서 그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

진실로 드러난 민간인 희생 사건을 치유하기는커녕 정치 쟁점화를 위해 사건의 실체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50년 9월 월미도에선 어떤 일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8년 2월 26일 '월미도 미군 폭격 사건'을 "유엔군이 인천상륙작전을 위해 작전상 전략적 위치에 있던 월미도를 미군 전폭기를 이용, 포격하고 기총소사(기관총을 상하좌우로 연달아 발사) 함으로써 발생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 사건으로 최소 100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나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10명에 불과하다.

월미도 미군 폭격사건은 전쟁으로 인한 불특정 다수의 안타까운 희생이라기보다는 '철저한 집중 폭격으로 모든 시설을 불태울 목적'으로 발생한 고의적 사건이었다.

당시 조사 보고서를 보면 미군의 폭격 필요성은 인정되나 식별 가능한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 없이 월미도를 무차별 집중 포격했다는 증언과 증거 자료가 등장한다.

원주민들은 전쟁 이후 잿더미가 된 고향으로 돌아오려 했으나 미군이 군사 기지로 점령하면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고 말았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이 사건과 관련해 미국과 우리 정부가 공동 책임을 지고 원주민의 귀향을 지원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원주민들은 70년 가까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완전한 피해보상 전까지 인천시가 지원


쫓겨난 희생자와 유족들에 대한 보상이 지연되자 인천시와 시의회는 이들을 직접 도울 방법을 찾으려고 했으나 전쟁 피해 보상은 '국가 사무'이기 때문에 인천시 재정으로 지원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등장한 지원책이 바로 이번 '인천시 과거사 피해주민의 생활안정지원 조례'다. 진실·화해위원회 조사에 따라 확인된 피해자와 그 직계가족에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하는 '복지'차원으로 접근했다.

완전한 보상이 이뤄지기 전까지 이들이 생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자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최근 대법원이 '여순사건' 당시 사형선고를 받은 피고인의 재심 개시를 결정한 것과 연결지어 정부가 역사를 정치 도구로 사용한다는 비판을 제기하면서 엉뚱하게 월미도 폭격 사건을 등장시켰다.

마치 이 조례가 인천상륙작전의 의의를 부정하고, 이로 인한 피해 전체를 보상해주는 것처럼 본질을 호도했다.

인천시는 이 조례가 통과하면 지원금 대상자와 지급액, 기간을 정할 계획이다. 원주민 1세대는 현재 거의 남아 있지 않고, 개인 지원이 아닌 1가구에 한해 지원하도록 해 30가구 정도가 지원 대상이 될 전망이다. 지원액은 매달 30만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이 조례를 대표 발의한 안병배 시의원은 "진실·화해위원회 권고에도 피해보상이 제대로 되지 않아 정치권에서 특별법 제정까지 추진했으나 무산됐고, 인천시 차원에서 도울 방법이라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조례가 만들어진 것"이라며 "한국전쟁 피해보상이라는 일부의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