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최대 40%등 일찌감치 행사
"규모 앞세워… 중소업체 치명적"
인천공항 중소·중견 입국장 면세점과 대형 출국장 면세점이 주류 판매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5월 말 인천공항에 개장하는 국내 최초 입국장 면세점은 주 판매 품목이 주류다.
출국장 면세점을 운영하는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등 대형 면세업체들은 주류 품목에 대해 40%에 이르는 파격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등 일찌감치 입국장 면세점 견제에 나서는 분위기다.
지난 22일 찾은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면세점 업체들은 다양한 문구로 고객들을 유인하고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주류 40% 할인'이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주요 주류 제품 2종을 사면 40%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었다. 발렌타인 30년산 2병의 면세가격은 798달러이지만, 478달러에 살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로얄살루트 32년 2병도 40% 할인된 478달러에 구입할 수 있었다. 한 매장 직원은 "주류 40% 할인은 역대 최대 할인 폭이다. 일정 물량이 소진되면 이벤트가 마감된다"며 "이달 말까지는 행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대형 면세업체들은 판매 촉진을 위한 마케팅이라고 설명하지만, 입국장 면세점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중소·중견기업이 운영하는 입국장 면세점은 인천공항 제1·2터미널에 각각 설치될 예정이다. 출국장 면세점에서 산 물품을 여행 내내 가지고 있어야 하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이 때문에 입국장 면세점은 무게 때문에 가지고 다니기가 불편한 주류가 주요 판매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장품과 잡화 등도 판매하지만, 매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다양한 물품을 구비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류는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종류가 많지 않은 데다, 휴대가 불편하기 때문에 입국장 면세점의 주 품목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면세업계의 전망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주류 판매 감소를 우려한 대형 면세업체들이 파격 할인 행사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출국장 면세점 주류가 저렴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것이다.
대형 면세업체는 중소·중견기업과 달리 파격적인 할인 공세가 가능하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에서 사는 것이 편하긴 하겠지만, 가격 차이가 10% 이상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면 입국장 면세점을 이용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한 중소면세점 관계자는 "대형 면세점이 규모를 앞세워 주류를 대폭 할인 판매하면 중소 면세점들은 치명적일 수 있다"며 "특히 입국장 면세점 운영 업체는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 운영 업체는 최근 에스엠면세점과 엔타스듀티프리로 압축했다. 이달 말 관세청 특허심사에서 운영 업체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