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연말까지 철원·포천 등 3개 지역 대상 실태 조사
질량분석기·OGI 카메라 등 첨단 측정기법 활용 피해 분석
송도는 산단 등 현장발생원 없어… 원인 찾을지는 '미지수'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집단적인 악취 민원이 들끓은 지 1년여 만에 정부가 첨단장비를 동원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송도지역처럼 대규모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원인불명의 악취가 장기간에 걸쳐 불규칙적으로 퍼진 경우는 유례가 없어 정부가 악취 발생원을 찾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25일부터 올해 12월 말까지 인천 송도, 충북 청주 오창읍, 경기 철원·포천 등 3개 지역을 대상으로 첨단 측정기법을 활용한 악취 실태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해 전국에서 악취 민원이 심각했던 지역 가운데 민원 건수, 악취 배출원과 주거지 간 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사 대상 지역을 선정했다.

송도는 악취 조사 대상 지역 중 지난해 민원 건수가 618건으로 가장 많았다. 철원·포천은 252건, 청주 오창은 85건이었다. 게다가 송도는 다른 두 지역과는 달리 악취 발생원을 특정하지 못한 상태다.

송도 주민들은 지난해 4월 말부터 4개월 넘게 시도 때도 없이 '가스냄새'나 '타는 냄새' 같은 악취에 시달렸다.

주변 산업단지, 환경기초시설, 가스시설, 갯벌(매립지) 부패 등이 발생원으로 의심받긴 했지만, 인천시나 연수구 등은 끝내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기존 악취 측정은 공기 중에 포함된 악취물질을 포집해 분석하는 데에 그쳤다. 환경부는 이번 조사에서 '화학적 이온화 질량분석기(SIFT-MS)', 'OGI(Optical Gas Imaging) 카메라' 등 첨단장비를 이용해 악취를 측정할 계획이다.

화학적 이온화 질량분석은 시료를 분자 단위로 쪼개 미세한 측정이 가능하고, OGI 카메라는 악취물질을 열화상 이미지로 감지할 수 있다. 환경부는 악취 피해 지역을 격자로 분할해 정밀하게 측정하는 격자법 조사도 활용하기로 했다.

송도 악취는 산업단지 등 전형적인 발생원이 없는 데다가, 악취의 종류가 무엇인지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고, 어느 지역에서 언제 발생할지조차 예측하기 어려운 사례다.

냄새가 하루 이상 지속하지 않고 사라지기 때문에 악취 발생 즉시 현장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환경부도 송도 같은 사례는 드물어 "조사를 진행해 봐야 한다"는 반응이다.

조사 이후 환경부가 대책을 마련하더라도 산업단지나 축사 중심의 현행 '악취방지법'을 주거밀집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대책이 전무한 실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송도의 경우 현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라서 첨단장비를 동원해 실태조사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조사 결과가 나오면 지자체에 악취관리지역 지정 권고 등 후속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