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도 4만8743명 하루평균 134명 달해
연령대, 60대이상 보다 '40~50대'가 더 많아
개인정보로 가족등 사칭 '메신저피싱' 급증
지난 3월 15일 오전 10시 53분 며느리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안부를 물었다. 아버님 바쁘세요? 이렇게 대화가 시작됐다. 며느리의 메시지는 계속해서 스마트폰을 울렸다. '핸드폰이 고장 나서 수리를 맡기는 바람에 현재 컴퓨터로 말씀을 드린다. 갑자기 부탁할 일이 생겨서 연락을 드리게 됐다. 어제 친구에게서 집 보증금을 받았는데 다시 입금하려고 했더니 은행 인증에 문제가 생겨서 오후 5시에나 해결이 된다고 한다. 아버님이 돈을 먼저 보내주시면 이따 오후 5시에 보내 드리겠다' 이런 내용이었다. 얼마인지를 물었더니 600만원이란다. 지금 밖이라서 스마트폰으로는 300만원 밖에 보낼 수 없다고 했더니 계좌번호를 하나 보내며 이리로 보내주시면 된다고 한다. 친절하게 내 계좌번호도 남기란다. 오후에 보내준다며. 메신저 창에 내 손자 사진이 보인다. 분명히 며느리다. 한 줌의 의심도 없이, 더군다나 며느리 부탁이고 하니 급하게 돈을 보냈다. 그렇게 1시간쯤 지났나. 은행에서 긴급전화가 왔다. 보이스피싱을 당했다고 빨리 신고를 하라고 한다. 놀란 마음에 며느리에게 전화를 했다. 메신저가 해킹을 당해서 친정아버지, 어머니에게도 똑같은 연락이 갔단다. 아차 싶었다. 은행에 신고를 하고 나니 또 메시지가 울린다. '아버님 죄송한데 한 번만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아. 이런 나쁜 놈들을 봤나. 기가 막혔다. 이틀 후인 3월 18일 수원서부경찰서에서 피해신고를 하고 은행에 피해구제신청서를 제출했다. 피해구제 신청을 하면 이체한 계좌에 남아있는 잔액에 한해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피해금액 비율에 맞춰 환급금액을 결정한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이체 즉시 인출을 하기 때문에 환급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체통장 역시 학생, 노숙자, 노인 등 영세하고 취약한 사람 명의로 만든 이른바 대포통장이어서 배상청구도 쉽지 않단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4천440억원으로 2017년 2천431억원보다 82.7% 증가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4만8천743명이었으며 매일 평균 134명이 피해를 입었다. 피해액은 매일 평균 12억2천만원, 1인당 평균 910만원에 이른다. 60대 이상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고 알려진 바와 달리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연령대는 40~50대로 피해액이 2천455억원으로 전체의 56.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에는 국세청, 검찰청 등 공공기관을 사칭해 피해자를 현금지급기(ATM) 앞으로 유도하는 방식이었으나, 최근에는 사전에 입수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특히 SNS가 활성화되면서 필자처럼 지인을 사칭한 메신저피싱이 급격히 늘고 있다. 메신저피싱 피해액은 2018년 216억원으로 2017년 58억원보다 272.1%나 증가했다.
이런 보이스피싱에 대처하는 유일한 길은 작은 사건이라도 반복적으로 보도하고, 예방법을 널리 알리는 우리 모두의 관심이다. 더 이상 남의 일도 아니고 개그 프로의 소재도 아니다. 언제든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우리 모두의 관심으로 보이스피싱이 하루빨리 사라졌으면 한다.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