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촛불집권 3년차 시민참여 유도 실패
4·3보선 결과로 정당들 혁신 계기 될지 관건
한국당 '의식 변화'·민주당 '재개혁' 시급
북미 비핵화 협상의 미래는 불투명하고, 경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취업난은 심화되고 소득격차는 더 벌어지는 추세다. 반사회적 범죄와 부패는 금도를 넘어섰다. 반동과 수구의 정치, 그게 지금의 한국정치다.
청와대와 민주당 등 집권연합은 촛불에 의해 집권했음에도 개혁 담론을 공론화하여 시민참여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하고 있다. 시민들은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고, 정치적 활성화는 사라졌다. 민주당은 손혜원·서영교 의원 등 소속 의원들의 의혹들에 대해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했고, 산하 공공기관 인사에서도 지난 정권들과 차별화된 행태를 보이지 못했다. 압도적으로 민주당에 향했던 도덕적 우위와 정치적 명분을 스스로 포기하고,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당으로서의 자율성도 찾을 수 없다.
이는 한국당과의 지지율 격차 축소로 나타나고 있다. 범진보진영의 연대를 통한 개혁입법은 임기 초반의 높은 지지율에 도취되어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그 자리에 20년 집권론, 100년 집권론 등 오만한 행태가 똬리를 틀었다.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의 부재를 입증하듯 장관 후보자들에게 제기되는 의혹 역시 지난 정권과 차이가 없다.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지도부는 이념적 편향을 통해 지지세를 결집하고 있다. 당 대표 스스로가 탄핵을 부정하고 태블릿PC 조작설을 제기하는 등 반헌법, 반민주, 반역사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태블릿PC가 조작됐다면 이에 기반해 헌법 절차와 국민의 요구에 의해 이루어졌던 탄핵은 반헌법적인 폭거가 아닐 수 없다.
한국당은 5·18민주화 운동이 폭동이고, 유공자는 괴물집단이라는 망언에 대해 국회 제명을 할 생각이 없다. 지도부는 역사를 부정하고 극한 대립을 불러올 수 있는 '반민특위 국민 분열론' '좌파독재' '좌파 포로정권' 등의 정제되지 않은 용어를 구호처럼 반복하고 있다. 적대와 증오의 소환을 통해 지지세를 결집하려는 수구 퇴행 정치가 아닐 수없다. 이들은 '냉전의 후예'답게 역사 왜곡과 적(敵)의 창출(making enemy)을 통해 상대의 정당성을 박탈하는 기법을 당의 선거 전략으로 택한 것 같다.
이러한 정치적 맥락에서 다음 주 재보궐 선거결과는 일정 부분 정치적 함의를 지니게 될 것이다. 통영·고성에서 한국당이 승리를 놓친 적이 없으나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통영시장과 고성군수는 모두 민주당 후보가 차지했다. 통영·고성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놓치거나, 고 노회찬 의원의 지역구였던 창원·성산에서 한국당이 승리한다면 황교안 체제 후 수구적 행태를 보여왔던 한국당의 극우적 발언과 역사 왜곡 등은 극단으로 치달을 것이다. 만약 범진보 진영이 두 군데 모두 승리한다면 한국당의 수구적 행태에 대한 심판과 진보적 의제에 대한 기대가 동시에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이후이다. 어느 정당이 승리해도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당들의 지금까지의 행태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인지가 관건이다. 선거를 말하지 않고 대의제 민주주의를 논할 수 없지만 진영논리에 갇힌 유권자들 역시 공정과 정의에 대한 변별로 지지 정당을 결정하는 구조가 아님도 인정해야 한다.
한국당은 이성과 상식이 배제된 반역사적 의식에서 벗어나야 하고, 민주당은 수구집단의 '망언'이 발붙일 수 없도록 다시 개혁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선거민주주의의 협애한 틀을 벗어날 때 진정한 선거경쟁의 승리자가 될 수 있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