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수사권 없어 혐의 입증 어려워
송기헌 의원, 작년 '일부 개정안' 대표 발의
전문인력·빅데이터 토대로 수사기간 단축
조속한 통과로 국민 건강권 보호되길 기대


최호규 국민건강보험공단 수원동부지사장
최호규 국민건강보험공단 수원동부지사장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지난해 12월 6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이 사법경찰관리 직무를 수행하는 내용의 '사법경찰관리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 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발의배경은 '현행법상 건강보험공단에 수사권이 없어 행정 조사만으로 불법 의료기관개설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공단 이사장이 추천한 임직원을 특사경으로 지정, 사무장병원 등 관련 범죄에 사법경찰 관리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법률에 명시했다.

의료법상 의사나 법인이 아니면 병원을 개설할 수 없음에도 의사가 아닌 자가 의사를 고용해 불법으로 운영하는 의료기관을 일명 '사무장병원'이라 하는데, 환자의 치료나 의료서비스의 질보다는 영리추구에 급급하여 밀양세종병원 화재사고와 같은 대형 인명사고, 보험 사기, 과밀병상 운영, 부당청구 등으로 건강보험 재정 누수는 물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는 사무장병원을 9대 생활적폐로 지목하고 척결에 나섰다. 2009년부터 2018년 10월까지 비의료인에 의한 불법개설기관으로 적발되어 부당하게 지급된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은 1천550개 기관, 2조7천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재산은닉 등으로 인해 환수율은 약 6%에 불과하다. 약 2조5천억원의 건강보험재정이 낭비된 셈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작년 1월부터 10월까지 불법개설기관으로 의심되는 90개 의료기관을 적발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부당하게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은 약 5천812억원에 달한다. 경찰청에서도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생활적폐 특별단속 및 상시단속을 진행한 결과, 174건의 불법 사무장 요양병원을 적발했다. 이를 통해 317개 병원에서 1천935명을 검거해 22명을 구속했으며, 요양급여비용 편취 적발금액은 3천389억원에 달한다.

사무장병원 척결을 위해서 검찰, 경찰 및 보건복지부 특별사법경찰관이 수사를 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검찰·경찰은 보건의료에 대한 전문성 부족 및 강력사건, 사회적 이슈사건에 밀려 사무장병원에 대한 수사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이유로 수사기간이 평균 11개월 소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작년 7월 '불법 사무장병원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특사경을 10명 내외로 구성할 계획이었으나 관련 기관과의 파견 협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4명으로 축소되었다. 수사의뢰 대상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다. 건강보험공단의 수사의뢰건은 2017년 104건, 2018년에는 140건을 상회한다. 공단 자체적으로 행정조사를 강화하게 되면 수사의뢰건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보건복지부 특사경이나 검·경에서 적기에 처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남인순 의원은 지난 3월 18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복지부와 지자체의 특사경을 활용한 단속에 한계가 적지 않아, 관련법을 개정해 건강보험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해 행정조사와 수사를 연계해 사무장병원을 조기에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사무장병원의 폐해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을 침해하고 있고 건보재정 누수가 심각한 상황으로 사무장병원의 척결대책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단에서는 수사권이 없어 행정조사에 한계가 있다. 공단에 특사경제가 도입되면, 경찰 및 복지부의 사무장병원 수사에 다년간 인력을 파견하여 터득한 경험과 변호사, 의사, 전직수사관 등 200여명의 전문인력 그리고 의료기관 및 청구 정보 등 빅데이터를 토대로 한 예측·적발시스템을 활용하여 수사기간을 평균 11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함으로써 건강보험재정 누수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송기헌 의원의 개정법률안이 조속히 통과되어 사무장병원이 척결되고 국민의 건강권이 보호되기를 기대한다.

/최호규 국민건강보험공단 수원동부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