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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4월은 당시 연세대학교 김동길 교수가 발표한 칼럼 '3金 낚시론'으로 우리 사회가 떠들썩했다. 김 교수 글은 국민의 단일화 염원을 무시하고 대권 욕심에 빠져있던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에게 던지는 충언으로 요지는 "3김 시대는 끝났다"였다. 김 교수는 60대 말 미 대학 최초로 학내에 경찰을 불러 행정관을 점령한 반전 시위대를 진압한 후 "나의 시대는 지났다"는 유명한 한 마디를 남기고 임기 전 물러 난 하버드대 퓨지 총장을 예로 들었다.

김 교수는 이 글에서 "이 나라 민주주의의 기수는 이제 40대에서 나와야 한다"고 썼다. 3김은 은퇴하고 낚시나 하는 것이 좋을 것이며, 낚시하기 좋은 낚시터를 소개해 줄 용의가 있다고도 했다. 글이 문제가 되자 유신 시대에도 절필하지 않던 김 교수는 붓을 꺾어야 했다. 그 후 김영삼은 대통령이 됐고 김대중도 정계 은퇴를 선언했으나 곧 복귀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3김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역사가들은 나를 쓸 때 첫머리에 '워터게이트사건을 일으킨 대통령'이라고 기술할 것이다"고 불안해했던 닉슨은 정계를 은퇴한 후 고향에서 집필작업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놀라운 혜안으로 현역들보다 더 좋은 글을 쓴다'는 평을 듣던 그는 전직 대통령이라기보다 전기작가로도 유명세를 떨쳤다. 이제 그를 떠올릴 때 '사임을 할 때 눈물을 흘린 정치가'라고 누구도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가장 멋지게 정계를 떠난 정치인으로는 프랑스의 드골이 꼽힌다. "나는 프랑스 공화국 대통령으로서 기능을 정지하네. 오늘 정오부터 발효야"라며 고향 콜롱베에서 비서실장에게 전화로 은퇴를 선언한 69년의 드골은 '떠날 때를 알고 있던 정치가'였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가 전격적으로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제 젊은 시절을 온전히 바쳤던 정치를 떠난다"며 "깨끗하고 투명하게 벌어, 성실하게 세금을 내고, 좋은 일 하며 살겠다"고 적었다. 5선 의원으로 늘 '보수개혁의 리더'로 불렸던 그는 정치적 나이로도 황금기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정계를 떠났다. 지금 우리 정치계는 진즉 떠났어야 함에도 떠나지 못해 비난 받는 정치인이 너무도 많다. 그래서 그의 결단이 신선하기 까지 하다. 아무쪼록 벤처 창업으로 두 번째 인생에 도전하는 그의 앞날에 늘 좋은 일만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