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절(自切)은 위험천만한 상황에 처한 동물이 몸의 일부를 스스로 절단해 생명을 유지하려는 현상인데, 척추동물로는 도마뱀이 대표적이다. 도마뱀은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 꼬리를 잘라내주고 줄행랑 친다. 도마뱀이라면 명칭도 꼬리를 도막 도막내고 도망치는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도마뱀 꼬리에는 절단될 자리인 탈리절이 있고, 탈리절에는 격막이 있어 절단 후에도 출혈을 막아준다. 절단된 꼬리는 약 3분간 꿈틀대며 포식자의 시선을 빼앗고 그 사이 도마뱀 본체는 안전하게 피신한다. 상처가 아물면 1~2주 후 부터 꼬리가 재생된다니 위험회피를 위한 특별한 진화가 신비하다.
문제는 도마뱀의 꼬리자르기가 보통 일이 아닌데 있다. 일부 도마뱀은 꼬리에 영양분을 저장하는데 이를 잘라내는 일은 목숨을 건 일이다. 또 꼬리는 재생되지만 뼈는 그렇지 않다. 재생된 꼬리의 형상도 처음과는 다른 이형(異形)이거나 심지어 두개의 꼬리가 생기는 기형(奇形)도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꼬리자르기는 단 한번만 가능하다. 도마뱀에게 꼬리자르기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딱 한번 결단해야 할 절박한 선택인 셈이다. 함부로 도마뱀을 위협해 꼬리를 자르게 해서는 안될 일이다.
최근에 '도마뱀 꼬리자르기'라는 관용구가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버닝썬 사건에서도 회자되더니, 장관 후보자 2명의 낙마와 관련해 야당의 청와대 비판에서도 인용되고 있다. 전체의 이익을 위해 작은 이익을 포기하거나 범죄의 몸통을 숨기려 조무래기 희생양을 내세우는 행태를 조롱하는 의미이다. 우리 사회는 도마뱀 꼬리자르기 행태가 너무 빈번해 각 분야에서 정상적인 꼬리 대신 이형과 기형의 재생 꼬리를 가진 도마뱀들이 너무 많아졌다. 일생에 딱한번 목숨걸고 꼬리를 잘라내는 진짜 도마뱀이 억울할 지경이다.
도마뱀은 꼬리 뿐 아니라 망가진 심장도 재생한다고 한다. 과학계가 이 신비를 풀어 인간 심장치료에 응용하려 한창 연구중이라 한다. 하지만 이보다 먼저 '도마뱀 꼬리자르기'라는 관용구를 '도마뱀 심장바꾸기'라는 관용구로 대체하면 어떨까 싶다. 일이 벌어지면 도마뱀 꼬리자르는 사회 보다는 심장을 갈아버리는 사회가 훨씬 건강하지 않겠는가. 청와대도 꼬리자른다는 조롱을 견디기 보다는 비서실의 심장을 바꾸면 훨씬 떳떳할 듯 싶은데···.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