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3년 4월 3일은 세계통신사에 기념비적인 날이다. 모토로라의 통신 책임자인 마틴 쿠퍼와 경쟁사인 AT&T 벨연구소 책임자 조엘 엥겔간에 세계 최초의 무선 전화 통화가 실현된 날이기 때문이다. 한참 후발주자인 우리는 1984년 5월 첫 무선전화인 카폰의 등장으로 모바일 역사가 시작됐다. 당시 단말기 가격은 대당 300만원, 설치비에 채권료까지 410만원을 줘야 카폰을 사용할 수 있었다. 400만원인 승용차 포니2보다 비쌌다. 그래서 당시 차 꽁무니의 긴 안테나는 '권력과 부의 상징'이었다.
카폰에 이은 실질적인 첫 휴대폰 서비스는 서울 올림픽을 두 달 앞둔 1988년 7월 1일 시작했다. 한국산 단말기가 없어 모토롤라의 '다이나택'이 사용됐다. 무게만 1.3 ㎏으로, 벽돌같다 해서 '벽돌폰'이라 불렸다. 10시간 충전하면 30분밖에 사용하지 못했다. 단말기 가격 400만원에 가입비 60만원으로 500만원이던 승용차 포니 액셀과 맞먹었다. 이어 무선 호출기 '삐삐'와 시티폰, PCS가 출시되면서 휴대폰의 대중화가 시작됐다.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기술 덕분에 단말기 크기는 작아지고 성능은 좋아졌으며 가격도 저렴해졌다. 하지만 단말기의 변화를 주도한 건 통신기술의 진화였다. 기술이 돼야 그에 걸맞은 단말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기술은 1996년 2세대(CDMA), 2003년 3세대(WCDMA)를 거쳐 2011년 4세대(LTE)로 진화를 거듭했다. 그리고 2015년 3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황창규 KT 회장이 '5G, 새로운 미래를 앞당기다'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면서 5세대 통신을 세상에 알렸다.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랬다. "초고속, 초연결, 초저지연 3대 특성으로 하는 5G가 산업 전반을 통째로 바꿀 4차 혁명을 주도하게 될 것." 황 회장에게 '5G 전도사'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공교롭게도 마틴 쿠퍼가 조엘 엥겔과 첫 무선 전화통화를 한 날로부터 꼭 46년이 지난 2019년 4월 3일 오후 11시. 대한민국 이동통신 3사가 각각 5G 1호 가입자를 배출하며 5세대 통신의 '세계 최초 상용화'를 선언했다. 5세대 통신 시대를 우리가 연 것이다. 5G 상용화로 가상현실,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기술의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이제부터 '73년 4월 3일'과 '2019년 4월 3일'로 각각 기억되어야 한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