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한미정상회담, 중재노력 재가동 시점
국제사회규범 준수하되 우리역할 해 나가야
변화폄하·갈등 부추기는 정치적 목적 무책임
이처럼 한반도에는 지난해부터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1년 만에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역사적으로도 상상할 수 없었던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이 있었다. 물론 2월 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종료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나 내주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고 비핵화 회담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들이 다시 전개되고 있다. 하노이 회담에서 북미 간 서로가 원하는 것이 분명해진 만큼 이를 절충하기 위한 우리의 중재노력이 다시 가동되어야 할 것이다. 언제 다시 열릴지는 모르지만 다시 열리게 되는 북미회담에서는 더 이상의 지연과 갈등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북미 간 포괄적인 로드맵을 합의하고 구체적인 조치들을 배열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북미 간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옵션들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제 곧 1주년을 맞는 4·27 판문점 선언에 따른 남북 간 합의사항의 이행도 다시 탄력을 받아야 할 것이다. 지난 남북관계사에서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는 늘 서로 영향을 받았다. 비핵화 협상이 더디면 남북관계도 더디었지만 그런 국면에서도 남북관계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 또한 전개되었다. 남북관계의 자율성 확보는 지금 국제사회가 취하고 있는 대북제재의 틀을 훼손하기 위함이 아니다. 국제사회의 규범은 준수하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한 연결 고리들이 있어야 남북관계에서 우리의 레버리지가 확보될 수 있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자주 보고 소통한 사람들끼리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많은 해법을 찾아나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와 과정들을 인정하지 않은 시도도 있다. 며칠 전 "한미동맹 공조의 틈을 벌리고 한반도 평화의 물길을 되돌리고 남북미의 대화 노력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갈등과 대결의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시도가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은 그런 점에서 이해할 만하다. 이런 사람들에게 비무장지대 평화 안보체험길의 기회를 우선 주었으면 한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변화를 폄하하고 사회의 갈등을 부추기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시도는 무책임하다. 틀린 것이 있으면 건설적으로 비판을 하고 대안을 제시하면 된다. 비판을 위한 비판, 맹목적인 비판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꽃샘추위도 있는 봄이지만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이 왔는데 봄을 맞이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