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말로 빅히트 교향곡 5·9번
같은 번호 쓸때 후배들 부담으로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은 이 세상의 교향곡 중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다.
작곡자 자신이 곡의 주제를 설명하면서 "운명은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고 말한 게 '운명 교향곡'으로 불린 이유이다. 청중을 압도하는 힘은 유기적인 통일성과 리듬의 추진력에서 나온다.
인간의 운명에 맞선 사투와 그 극복 과정을 30분 정도의 작품 속에 빈틈없이 녹여냈다. 그 구성과 집중력이 놀라울 정도다. '5번'에서의 성취는 '9번 합창'으로 이어져 혼돈과 반목을 넘어 인류애의 메시지로 승화한다.
문제는 베토벤 이후 교향곡을 작곡하는 이들에게 5번과 9번은 거대한 벽(콤플렉스)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후배 작곡가들은 교향곡 5번과 9번을 작곡할 때 베토벤의 위대한 두 작품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다.
5번과 9번을 작곡할 때면 어김없이 베토벤의 그것에 필적할 만한 작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9번 교향곡의 저주'라는 징크스도 있는데 이 또한 베토벤의 9번에 맞먹는 역작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쓰다가 작곡가가 타계하면서 붙여졌다고 할 수도 있다.
차이콥스키와 말러, 쇼스타코비치는 자신들의 '5번 교향곡'에서 베토벤의 '5번'에 완벽하게 동조하면서도 자신의 음악적 어법으로 소화한 작품을 내놓았다.
전체적 구성 또한 베토벤의 것과 똑같이 '암흑에서 광명으로'이며, 위풍당당한 결말로 마무리된다.
차이콥스키는 5번 교향곡을 작곡하다가 새벽에 식은땀을 흘리며 몇 번씩이나 잠에서 깼다고 한다.
'베토벤 콤플렉스' 때문이라고 확언할 수는 없지만, 형식이나 악상이 더 자유로우며 비극적인 6번과 비교했을 때 '운명 교향곡'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5번을 작곡했을 것이란 유추는 충분히 가능하다.
말러의 5번은 '운명 교향곡'의 동기음과 유사한 리듬의 트럼펫 팡파르로 시작한다. 마침 인천시립교향악단(지휘·이병욱)이 5일 오후 8시 아트센터 인천에서 말러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후기 낭만주의 시기의 위대한 5번을 직접 듣고 느낄 절호의 기회이자 맘속으로 베토벤의 5번 운명과도 비교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