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향_아트센터 인천2
이병욱 예술감독과 인천시립교향악단 연주 모습. /인천문화예술회관 제공

채재일,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풍부한 선율 매료
교향곡 5번 적극적 기조로 다가선 1악장 설득력 얻어
거대한 작품 '묘미' 알리려는 이병욱 감독 의도 해석
다소 과장되게 전해진 부분도 있지만 '환호' 이끌어내


인천시립교향악단(예술감독·이병욱)의 올해 첫 정기연주회가 지난 5일 저녁 아트센터 인천에서 개최됐다.

3·1 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초에 있었던 인천시립예술단의 합동 공연으로 인해 예년보다 다소 늦어진 인천시향의 이번 연주회는 1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있을 2019 교향악축제 무대를 대비한 것이기도 했다.

이번 공연의 메인인 말러 '교향곡 5번'으로 교향악축제 무대를 장식할 예정이며, 아트센터 인천을 택한 것도 서울 공연을 앞두고 자신들에게 익숙한 문화예술회관이 아닌 다른 무대에서 청중과 만나려는 것이었다.

이병욱 감독의 지휘봉이 움직이자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K.622'가 시작됐다. 인천시향의 정돈된 현의 선율이 공연장을 메웠다.

국내 정상급 클라리넷 주자 채재일이 연주하는 1악장 1주제 또한 적절한 타이밍과 리듬으로 구현됐다.

이 감독과 인천시향도 솔리스트를 배려하며 세밀하게 서포트했다. 영화음악에도 삽입돼 유명한 2악장에서 채재일은 클라리넷 최저음의 음역대를 충분히 울리면서 풍부한 뉘앙스로 곡에 다채로운 표정을 부여했다.

독주자와 오케스트라가 주고받는 대화에선 인천시향 목관주자들의 밝은 색채가 곡에 아기자기함을 불어넣기도 했다.

3악장에서도 독주자는 상체에 반동을 주면서 여러 방식으로 노래했다. 높고 낮음의 음역에 따라 음색과 표현 또한 바뀌면서 모차르트 목관 음악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알려줬다.

유명한 트럼펫 솔로에 의한 셋 잇단 음으로 말러의 5번 교향곡이 시작됐다. 이 셋 잇단 음은 '운명 교향곡'의 동기와 박자 면에서 유사하다. 하지만 성격은 다르다.

'운명'에선 상당히 도전적이지만, 말러의 경우는 단지 체념적이며 비관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 감독과 인천시향의 시작은 '운명'과 닮아 있었다.

얼마 전부터 해외 지휘자들이 주로 선택하는 '담백한 말러'와는 거리를 둔다고 예고한 셈이다. 알맞음의 정도를 가늠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적극적으로 다가서서 청중에 거대한 작품의 묘미를 알리려는 지휘자의 의도로 읽혔다. 진폭이 큰 연주로 1악장을 이끌었고, 설득력도 있었다.

1악장의 기조를 이어간 2악장에서도 이 감독과 인천시향은 1·2주제 간의 대조와 적절한 템포로 작품을 잘 드러냈다. 하지만, 곡 전체 구성을 염두에 둔 접근과 세밀함에선 아쉬웠다. 2악장에는 이상향을 갈구하는 한 인간의 투쟁과 승리의 예감이 담겨있다.

승리는 의지(Wille)의 표명이다. 악장 중반부 지나서도 이어진 인천시향의 적극적 기조는 다소 과장되게 전해졌다.

이 과장됨이 선명한 극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여지도 있지만, 과한 음량 속에 작품의 실체가 묻히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마지막 악장에서 이뤄질 진정한 승리를 위해 에너지를 좀 배분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3악장에서 역할이 큰 호른 솔로를 위해 연주자를 아예 일으켜 세우고 시작한 이 감독과 인천시향은 작품의 전환점으로서 이 악장을 제대로 짚어냈으며, 숨 가쁘게 달려온 오케스트라가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4악장에선 적절한 약동감이 더해지며 아름다움을 배가시켰다.

승리의 클라이맥스로 점철되는 마지막 악장까지 종종 과하다고 여겨지면서 균형적 측면에서 아쉬움을 산 부분은 있었지만, 이 감독과 인천시향은 위풍당당한 연주로 인천 음악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1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있을 2019 교향악축제 무대에서도 이 감독과 인천시향의 선전이 기대된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