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외국인청 심사거점 지정후
1년새 건수 64건 → 2252건 '폭증'
법원판결 확정까지 평균 3년 걸려
돈벌이 위한 '장기 체류' 수단으로
변호사 포함 '브로커' 무더기 적발
국제공항과 항만을 낀 '대한민국의 관문' 인천이 가짜 난민 천국이 됐다.
가짜 난민들은 '난민 인정'을 원하는 게 아니라 신청 절차가 이어지는 수년 동안 취업해 돈을 버는 게 목적이다.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브로커로 나섰다. 법 전문가들이 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해 가짜 난민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 그래픽 참조
인천출입국·외국인청의 난민 신청은 2016년 64건에 불과했다. 인천청이 난민심사 거점사무소로 지정된 2017년에는 2천252건으로 폭증해 전국 신청 건수의 22.6%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신청 건수가 2천415건으로 더 늘었다. 인천지검과 인천출입국·외국인청이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난민 신청 4천여건을 전수조사했더니 약 15%인 600여건이 가짜였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난민 신청을 하면 출입국·외국인청은 심사를 거쳐 인정 또는 불인정 결정을 내린다. 난민 불인정 결정에 불복할 경우 법무부 이의신청, 행정심판, 법원의 행정소송 등 절차를 이어갈 수 있는데, 법원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평균 3년이 걸린다.
법원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재신청을 할 수 있다. 이 기간 난민 신청자는 국내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면서 취업할 수 있다.
인천지검 외사부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변호사 A(53)씨 등 13명을 구속 기소하고, 9명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고 9일 밝혔다.
이들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광고 등을 통해 외국인을 모집해 난민 사유와 각종 서류를 허위로 꾸며 난민 신청을 대행해 수년간 외국인 600여명으로부터 수억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변호사 A씨는 사무장 2명을 고용해 2016년 10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필리핀, 태국 국적의 외국인 183명을 가짜 난민으로 둔갑시켰다.
1건당 수임료 300만~400만원을 받아 총 2억원의 불법 수익을 올렸다. 허위로 꾸민 난민 신청 사유와 체류지증명서류 등을 인천출입국·외국인청에 접수했고, 난민심사관의 인터뷰에도 동행했다. 거짓으로 쓴 난민 사유는 "무장 이슬람단체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식이었다.
변호사는 난민 불인정 결정 이후 이의신청, 행정소송까지 위임받았다.
인천의 한 행정사 사무실에서는 108명의 허위 난민을 신청했고, 자국민을 상대하는 외국인 난민 브로커도 활개를 쳤다.
외국인 여성 90여명을 유흥업소에 취업시킨 난민 브로커도 적발됐다. 난민 브로커 수사를 통해 드러난 법의 허점을 고치기 위한 난민법의 전면적인 개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노정환 인천지검 2차장검사는 "난민신청제도가 허위 난민의 장기적인 체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난민 결정을 신속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와 난민 신청 자료를 분석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