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하고 게으르면 성공확률 '제로'
'運' 하늘에 맡기고 노력하는게 중요
운에 의한 성과 모두 재분배 된다면
누가 '위험 감수' 모험적 사업하겠나
![경제전망대-허동훈10](https://wimg.kyeongin.com/news/legacy/file/201904/2019041001000958900045701.jpg)
작은 성취라도 운에 영향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다. 북한과 남한에서 태어난 사람을 비교해보자. 북한에서 태어나 성공한 사람도 있겠지만 열에 아홉 이상은 남한에 태어난 사람이 더 유복하다. 재벌 1세가 없었으면 재벌 2세도 없다. 재능이나 노력으로 부모와 출생지를 선택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은 새 학기가 9월에 시작한다. 8월 출생 자녀는 부모가 입학을 미루는 경우가 많아 6, 7월에 태어난 아이들이 신입생 중 가장 어린 편이라고 한다. 그런데 대기업 CEO 중 6, 7월생이 가장 적다는 통계가 있다. 출생 비율이 그대로 적용되면 16.91%여야 하는데 실제 비율은 12%였다. 초등학교 입학할 정도 어린 나이엔 몇 달 차이로도 발달에 차이가 있다. 따라서 같은 학년 친구들보다 발달이 느린 6, 7월생이 어릴 때 리더십 역할을 덜 맡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미국 벤처기업은 90%가 실패한다. 무능한 기업이야 당연히 실패하겠지만 실력 있고 노력하는 기업 다수도 실패한다. 혁신적인 기술과 시장의 미래는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성공에는 운이 크게 작용한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의 성공에는 타인과의 우연한 인연이 크게 작용했다. 이들처럼 초창기 컴퓨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은 1950년대 생이 많다. 일반인들이 컴퓨터를 잘 모를 때 컴퓨터에 관심을 가질 기회가 청소년기에 있었고 성년이 되어 창업할 때가 PC의 태동기였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가 10년 빨리 또는 늦게 태어났으면 지금처럼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유명한 저술가 말콤 글래드웰의 주장이다.
로버트 프랭크라는 학자에 따르면 성공한 사람은 노력을 성공의 요인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사실 실패하면 운을 탓하고 성공하면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속성이다. 하지만 로버트 프랭크는 자신의 성공에 운이 영향을 미쳤다고 인식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겸손해져서 호감을 사기 쉽고, 감사한 마음이 들어 타인을 잘 돕게 되며 행복한 감정도 더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성공에 운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노력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운은 통제할 수 없지만 노력은 의지에 달렸다. 재능은 선천적이지만 능력은 후천적인 노력이 작용한다. 무능하고 게으른 사람이 성공할 확률은 0에 가깝다. 성공한 사람은 운이 좋은 사람이지만 재능에 노력을 더한 사람이기도 하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 즉 운은 하늘에 맡기고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하는 것이 성공 확률을 높이는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운이 중요해도 수많은 사람이 모인 사회 전체로는 운의 영향이 희석된다. 따라서 노력을 강조하는 것이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다.
운이 경제적 성취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포용적 성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수적인 사람은 성공을 노력의 결과로만 보고 소득재분배에 대해 부정적인 경향이 강하다. 이런 사람들은 부자에게 세금을 많이 부과하는 것은 성공과 노력에 벌칙을 주고 무능하고 게으른 사람에게 상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공에 노력뿐만 아니라 운이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다른 결론이 나온다. 성공한 사람이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은 운 좋은 사람 즉 사회에서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이 불운한 사람을 돕는 것이므로 규범적으로 당연한 선택이 된다. 물론 정도가 지나치면 안 된다. 운에 의한 성과가 모두 재분배된다면 모험적인 사업가가 있을 수 없다. 대박이 없는데 누가 위험을 감수하겠는가?
/허동훈 에프앤자산평가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