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인사참사·靑도덕적 해이등 불만
선거연합 세력들과 유착 '스스로 동력 상실'
이념적 편향 경제·외교정책 과감히 바꿔야
문재인 대통령 집권 2년 만에 왜 이런 엄청난 민심 이반이 발생했을까? 경제 위기, 인사 참사, 청와대의 도덕적 해이 등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 선거를 치르듯이 통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셀리그맨(Seligman)과 카빙톤(Covington) 교수는 '선거연합과 통치연합의 조화'라는 관점에서 대통령의 국정운영 위기를 분석했다. 그들은 새 대통령이 대선 때 자신을 지지했던 선거 연합을 깨고 다른 세력으로 통치 연합을 만들면 필연적으로 리더십의 위기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가령, 김영삼 대통령은 1995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1992년 대선 당시 선거연합인 3당 합당의 한 축이었던 충청의 김종필 총재를 집권당에서 쫓아냄으로써 선거에서 패배했다. 그 이후 97년 대선에서 김대중 총재와 김종필 총재의 DJP 연대에 정권을 빼앗겼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역주의 청산이라는 명분으로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호남세력에 등을 돌리고 민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면서 무너졌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선거연합과 통치연합의 부조화가 아니라 두 연합의 비정상적인 유착으로 민심 이반이 가속화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민주노총, 참여연대를 포함한 진보 시민단체, 그리고 운동권 세력과 거대한 선거연합을 만들어 집권했다. 그런데 집권 후 이들 선거연합 세력들에 대한 부채 의식과 지나친 유착으로 국정 운영의 동력을 스스로 상실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친노동 정부를 등에 업고 오만의 극치를 보이며 안하무인의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가령,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을 저지하겠다며 국회 담장을 무너뜨리고, 경찰서에서 취재 중인 기자를 집단 폭행했다. 공권력이 민노총의 눈치를 보면서 법치가 무너지고 있다. 야권에서는 "대한민국은 민주노총 공화국이다"라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권력을 견제해야 할 시민단체는 극도로 정치화되면서 정부의 각종 인사에서 혜택을 보고 있다. 행정부, 청와대, 사법부, 공공기관의 핵심 인사가 진보 시민단체 출신들로 채워지고 있다. 공정해야 할 인사가 오로지 '정치 공학'에 의해 움직인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인사참사가 끊이지 않고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마저 불거지고 있다. 그런데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현 정부에서는 운동권 인맥이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해 핵심 요직에 포진되었다. 그런데 이들의 강한 이념적 편향성으로 경제 정책은 현실성이 무시되고, 외교 정책에서는 오랫동안 다져온 동맹이 흔들리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면 용단을 내려야 한다. 법치 훼손, 인사 참사, 정책 실패를 몰고 온 파행적인 선거연합을 깨고 국민 모두의 대통령을 만드는 새로운 통치연합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