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15년 6월 18일 벨기에 브뤼셀 인근에서 웰링턴 장군이 이끄는 영국군과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이 국가의 운명을 건 전투를 앞두고 있었다. 이른바 '워털루 전투'. 결과를 지켜보는 런던 증권가에는 긴장이 감돌고 있었다. 정보원을 통해 프랑스의 패배를 확신한 로스차일드는 영국 국채를 내다 팔기 시작했다. 금융계 큰 손의 국채 매도에 놀란 개미투자가들은 영국의 패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투매에 가담했다. 국채는 순식간에 휴지가 됐다. 이때, 다시 국채를 매입한 로스차일드는 엄청난 차익을 거뒀다. 전문가들은 이 행위를 내부자 거래의 효시로 보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금융 선진국들은 주식 내부자거래를 '정보의 절도'로 보고 엄격히 금지한다. 미국은 정치인과 정부 고위공직자가 주식 내부거래를 하다 적발될 경우 법정 최고형으로 처벌한다. 미 의회도 증권거래법과 증권거래위원회 규정에 '국회의원과 보좌관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할 때 국가와 국민에 대한 신의 성실 의무(fiduciary duty)를 진다'는 조항을 추가해 내부자거래를 막고 있다.
2017년 8월 민변 출신 이유정 변호사는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올랐다가 주식 거래가 문제가 됐다. '백수오 파문'을 일으킨 '내츄럴엔도텍'주식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5억원 넘는 차익을 남긴 것이다. 분노한 네티즌들은 내부자거래 의혹을 제기하며, 이 변호사에게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같다 해서 '유정 버핏'이란 별명을 붙여주었다. 이 변호사는 지명 20일 만에 자진사퇴했다.
'주식 부자' 이미선 헌법 재판관 후보자가 이유정 변호사의 뒤를 그대로 걷고 있다. 42억여 원의 재산 중 83%인 35억여 원을 주식에 투자됐고, 이 중 24억여 원이 재판 관련 특정 기업에 집중된 것으로 밝혀지며 내부자거래란 의혹을 받고 있다. 인터넷상에는 이 후보자를 향해 '제2의 이유정'.'미선 소로스'라는 비아냥이 쏟아진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4조는 미공개 중요정보의 이용행위, 즉 '내부자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직무 때문에 알게 된 법인의 미공개 정보를 증권의 매매 등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헌법 재판관 후보까지 오른 이 변호사가 이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설령 헌법 재판관이 된다 해도 내부거래 의혹 만으로도 이미 도덕성에 큰 흠집이 생겼다. 공직자가 가져야 할 덕목 가운데 으뜸은 '양심'이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