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배 양성파출소장(경감)
김성배 안성 양성파출소장(경감)
봄철 불청객 미세먼지로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한 날이 많은 요즘이다. 그래서인지 누구나 웃고 즐길 수 있는 경찰관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 '극한직업'이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영화 속 경찰관이 반복되고 지친 일상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수사하여 범죄자를 잡는 모습에 뿌듯한 것은 나 역시 어쩔 수 없는 천생 경찰관인 것 같다. 경찰관은 '거리의 판사'라는 말도 있으나 "울고 보채는 아이를 잡아간다"고 혼내는 부모들의 모습에서 국민들에게는 지금도 경찰관은 어렵고 무서운 존재라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들곤 한다.

하지만 안성경찰서에서는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라는 경찰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이기 이전에 자신이 시민의 입장이라면 경찰관의 어떤 말과 행동에 신뢰와 공감을 받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다양한 경찰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신호위반을 한 시민에게는 면허증을 먼저 달라고 하기보다는 위반을 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지 물어보고, 도로가 막히는 경미한 교통사고 현장에서는 차를 먼저 빼라고 말하기보다는 다친 데는 없는지 물어보는 게 시민들이 원하고 바라는 경찰상인 것이다.

우리 양성파출소에 고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둔 경위 홍승기 경찰관의 일화를 소개한다. 홍 경위는 112순찰 도중 초등학교 앞에서 무단횡단을 하던 어린이를 발견하고 급정차하게 돼 차에서 내려 아이에게 다가가 무릎을 굽혀 아이 눈을 바라보며 "우리 친구 많이 놀랐지? 괜찮아? 다치지 않았어? 무단횡단하면 위험한데, 무슨 급한 일 있어?"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는 울먹이면서 "몸이 아파서 그랬어요. 경찰 아저씨 잘못했습니다"라고 말했고, 홍 경위는 아이를 순찰차로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혼날 줄 알았는데… 집까지 태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뒤 손을 흔들면서 집으로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에 홍 경위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고 한다.

/김성배 안성 양성파출소장(경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