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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가리키는 말도 세태에 따라 변했다. '신성한 학문, 진리의 전당'을 가리키는 '상아탑(象牙塔)'은 대학생에게 '듣보잡'이 된 지 오래다. '가난한 농가에서 소를 팔아 마련한 학생의 등록금으로 세운 건물'이란 의미의 '우골탑(牛骨塔)'도 대학가에선 아주 낯선 용어다. 비싼 등록금을 대기 위해 부모의 등골이 휜다는 '인골탑(人骨塔)'에 이어 '늙으신 어머니가 힘든 일을 하여 자녀 학비를 댄다'는 '모골탑(母骨塔)'이란 신조어가 요즘 대세다. 등록금에 대한 부담이 날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음을 뜻한다.

2017년 사립대 등록금은 평균 742만원이다. 10년째 동결이라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다. 지난 30여년간 한웃값은 6배 올랐으나 대학등록금은 85배 뛰었다. 지난해 송아지 한 마리가 350만원 안팎으로, 1년 등록금을 위해서는 송아지 2마리를 팔아야 했다.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드는 학생도 크게 늘었다. 최저 임금 인상으로 이마저도 하늘의 별 따기다. 이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등록금 대출을 받는 학생도 크게 늘었다. 취업 즉시 대출금 상환을 해야 하는데, 취업 역시 하늘의 별 따기다. 이래저래 등록금은 평생 짊어져야 할 짐이다.

대학등록금 문제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하다. 정부가 '등록금 상한제'까지 만들어 인상의 고삐를 바짝 죄는 것도 그래서다. 현행 고등교육법엔 등록금 인상률과 관련해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학이 원하는 대로 등록금을 인상해 줄 경우 표밭인 20대들로부터 역풍을 맞는다는 걸 정치권도 잘 알고 있다. 대학들도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등록금 인상은 꿈도 꾸지 못한다. 등록금 인상 시 국가장학금·정부 재정지원 사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값 등록금'은 정치권의 매혹적인 어젠다이다. 그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다. 문제는 누가 먼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다. 안산시가 먼저 움직였다. 지자체 중 최초로 관내 모든 대학생에게 등록금의 50%를 지원키로 했다. 예산은 총 335억원. 당장 '포퓰리즘' 논란에 휩싸였다. 교육복지를 포퓰리즘으로 무조건 매도해 버릴 때, 진지한 사회적 논의 공간은 좁아진다. 문제는 왜 총선을 1년 남겨둔 이 시점에 이런 발표를 했느냐는 것이다. 포퓰리즘 정책은 결국 독이 된다는 걸 우리 모두는 아는데 정치인들만 모른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