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앞에 휩쓸리기 쉬운 세태속
내것에 집착하다 파멸초래 일쑤
사회냉대 체험 장애아동 부모들
사랑 실천없으면 이웃 함께 불행
유혹 물리친 사람 주위에 행복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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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진 천주교 수원교구 기산성당 주임
살다보면 여러 가지 유혹을 만나게 마련입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돈, 권력, 이성의 유혹이 아닐까 합니다. 이 세 가지 유혹에 잘못 빠지면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는 사실을 뉴스나 신문에서 종종 확인하게 됩니다. 그래서 후배나 자녀들에게 잘못된 유혹에 현혹되면 한순간에 인생이 망가질 수도 있다는 점을 가르칩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 서민들의 각박한 삶에서 유혹을 받는다고 할만한 상황은 별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조직을 배신하고 정보를 넘기면 몇억원을 주겠다고 유혹하는 사람도 없고, 반대로 돈으로 남을 매수할 일도 없습니다. 직장에서 한 단계 높은 자리로 승진 정도는 할 수 있을지언정, 누군가의 삶을 쥐락펴락할 만큼의 권력은 주어지지 않습니다. 이성의 유혹으로 말하자면 물 건너간지 오래입니다. 돈도 없고 배경도 없는 내게 누가 다가오겠습니까. 말하자면 유혹을 당할 상황이 원천봉쇄된 것이지요.

그러면 이 시대의 서민들은 유혹이라는 현실에서 완전히 해방된 걸까요? 아닙니다. 보통 사람들에게도 유혹은 엄연히 존재합니다. 출세한 사람이나 서민이나 욕심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습니다. 크고 작음을 가리지 않고 욕심은 늘 우리를 괴롭힙니다. 유혹은 욕심을 부리면 부릴수록 더 자주 우리 앞에 나타납니다.

최근에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어머니가 친구 두 명과 함께 딸의 1년 선배를 심각하게 구타했고 그 영상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많은 사람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같은 댄스학원을 다니는 1년 터울 두 여학생은 댄스교습 후 함께 술을 마시고 각자 귀가했습니다. 술을 마시고 돌아온 딸을 본 중2 어머니는 딸을 다그치는 중에 중3 언니와 함께 마셨다는 것을 알아냈고, 그 아이를 불러내 본인의 친구 두 명과 함께 무자비하게 구타한 것입니다. 거친 폭력에 아이가 항의하자 가해자는 엄마 같은 심정으로 잘 되라고 때렸다고 했고, 아이는 당신은 우리 엄마가 아니지 않느냐며 맞섰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항변에 가해자는 이렇게 퍼부었습니다. "너는 엄마 없잖아. 이 ***야!(욕설)" 아이는 오래전에 부모가 이혼해 엄마 없이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욕심은 내 것만이 우선이라는 애착에서 나옵니다. 내 딸만이 귀중하기 때문에 내 딸을 망치는 남의 딸은 처단의 대상이 됩니다. 자기 것에 너무 애착한 나머지 남의 것을 해하게 되고, 그 과정에 자기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어리석은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노후자금을 마련해놓고 그것에 집착해 가난한 친척을 외면하는 일, 동료를 밀어내고라도 내 자리를 지키고 싶어 내 공만 앞세우는 것 등 양심의 문을 닫게 하는 수많은 갈등 상황이 바로 이 시대의 유혹입니다.

15년째 장애어린이 합창단 단장을 하고 있습니다. 장애어린이의 부모들도 오랫동안 만났습니다. 그분들은 자기 아이를 보살피기만도 벅찬 상황에서 다른 분들의 아이들까지 서로 걱정하며 보살펴줍니다. 뿐만 아니라 비장애가정인 친척들의 살림도 걱정해 줍니다. 누가 보더라도 부족한 형편인데도 누군가를 도와주려고 항상 마음의 문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이분들이라고 왜 유혹이 없겠습니까? 이분들도 자기 것은 하나라도 더 지키고 싶고, 남과 나누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자녀의 장애에 대한 이 사회의 냉대를 체험하면서, 사랑하지 않으면 나도 이웃도 함께 불행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유혹은 달콤하여 빠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되돌리기 어려운 고통을 초래합니다. 쉽지 않겠지만, 유혹을 거부하고 사랑을 선택하면 그 결과는 오히려 더 달콤합니다. 하나를 지키려는 상황도 알겠고, 이 시대가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애착과 집착에서 벗어나 나눔의 문 하나 정도는 열어 놓는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유혹은 욕심을 자극해 사랑을 마비시킵니다. 사랑의 마비가 감정조절 장애입니다.

이런 사람은 주위의 많은 사람들을 괴롭게 합니다. 그러나 자기만을 사랑하려는 유혹을 물리친 사람은 따뜻한 표정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기쁨을 줍니다. 스스로도 행복해지는 것은 물론입니다.

/홍창진 천주교 수원교구 기산성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