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사슬 강도, 가장 약한 고리가 결정
부족한 요인에 의해 결과 나와
우리는 칭찬에 주안점 두지만
치명적인 약점의 한계 못 넘어
극복할 수 있을 때 '높은 이상' 실현


채신덕(김포2)의원 사진
채신덕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김포2)
사슴이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호수로 물을 마시러 간다. 여기서 사슴은 물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다 커다란 위용을 가진 자신의 뿔이 자기 몸 중에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황홀한 자신의 뿔에 감탄하고 난 후 사슴은 다리는 보게 되었는데 너무도 가늘고 힘없이 보이자 '이런 다리를 없는 이만 못하다'고 혼잣말을 한다. 때마침 사슴을 노리고 나타난 사자가 달려들자 볼품없다 불평했던 다리에 의지해 쏜살같이 사자의 공포로부터 생명을 건질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돌리려는 순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뿔이 나뭇가지에 걸려 움직일 수 없게 되고 불쌍하게도 사자의 일용할 양식이 되어 버린다. 사슴은 볼품없는 다리 덕분에 목숨을 건사했고 큰 자랑이라 생각했던 뿔 때문에 죽음을 맞이한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로 여기서 사슴의 빈약한 다리는 외모를 기준으로 평가할 때 '약한 고리'로 작용하고 반면 사슴의 크고 자랑스러운 뿔은 생명을 기준으로 평가할 때 '약한 고리'다. 모든 조건이 다 충족되더라도 결국 가장 부족한 조건에 맞춰 능력이 결정된다. 이를 '미니멈의 법칙(law of minimum)'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쇠사슬을 들어보자. 쇠사슬의 강도는 가장 강한 고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약한 고리가 전체 강도를 결정한다. 당기는 힘을 높여가다 보면 끊어지는 것은 약한 고리다.

독일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는 '미니멈의 법칙'을 통해 수확물의 크기가 달라지는 이유를 설명한다. 때에 맞게 거름을 주고 비료를 뿌리며 가뭄에는 물을 대주는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병충해를 막기 위해 농약을 주기도 한다. 이런 수고로움 속에 크고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농작물이 잘 자라기 위한 최적의 조건이 충족되었다 하더라도 사람마다 결실의 크기가 다르고 같은 사람이라도 매 해마다 수확물의 크기가 만족스럽고 그렇지 아니한 경우도 생긴다.

결국 가장 부족한 요인에 의해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부족한 한 가지가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그의 이론은 높이가 다른 여러 개의 통나무 판자를 세워서 붙여 만든 나무 물통이 있을 때, 이 물통에 담을 물의 양은 높이가 가장 낮은 나무물통에 의해 결정된다는 '리비히의 물통'으로도 설명된다.

전문성이 아무리 우수해도 그리고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도, 청렴성이 떨어지면 그 이상의 자리에 가기 힘들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거대하고 대단한 조직도 때때로 팀원의 작은 실수에 의해 힘없이 무너진다. 화려한 발놀림과 건강한 신체, 지구력을 갖춘 권투선수도 유리 턱을 가지고 있으면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기가 힘들다. 농구, 축구, 배구 등 단체 구기종목에서도 수비수 한 명이 약하면 대회에서 우승하기 힘들다. 회사생활이건 정치활동이건 회의 시간이 되어도 참석자가 성원이 되지 않으면 시작할 수 없고, 앞서가는 차량이 느리게 달리면 뒤차들은 같은 속도로 줄을 선다. 리더의 작은 실수나 존재감 없었던 직원의 무능력이 굴지의 회사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우리의 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사회현상의 문제점은 자신 또는 상대방의 부족한 점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작금의 우리는 자기가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다른 사람과 협업의 잘된 사례, 소통, 강점을 발견하고 아낌없는 칭찬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미니멈의 법칙을 보면 강점이 아닌 약점, 부족한 점에서 결정되는데 말이다. 장점, 강점, 칭찬, 소통, 협업을 아무리 강조해도 치명적 약점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 스스로 부족한 점을 인식하고 극복할 수 있을 때 높은 이상을 실현할 수 있다. 개인의 부족한 부분이 일상의 삶과 조직에 누가 되지 않고 약한 점과 부족한 점을 알아내기 위해 미비한 점을 서로 소통·공유하며 데이터화하고 보완함으로써 우리의 삶과 공동체의 행복지수를 높여야 한다.

/채신덕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김포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