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아파트 부속품 정도로 여길 듯
총선공약 미세먼지 꼭 들어갈텐데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리는 현실
돈 욕심, 문제 근원… 잘될까 걱정
외계인이 지구의 도시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인간을 자동차와 아파트에 딸린 부속품 정도로 여기지 않을까 싶다(도시에서 아파트와 자동차가 차지하는 면적은 인간의 수십 배가 넘으니 외계인이 생태학적 자를 들이대면 지구 생태계의 우점종은 아파트와 자동차가 될 것이다). 인간이란 것이 아파트 사이에 껴있다가 자동차를 따라다니거나 피해 다니는데, 그것이 결국 돈을 얻어내는 것이며 그 돈을 모아 아파트와 자동차에 가져 바치는 무한 반복 행동. 아마 호모사피엔스와 일벌을 같은 유형으로 분류 하지 않을까.
내년 총선을 시작으로 각종 선거의 주요공약에는 경제와 미세먼지가 반드시 들어갈 것이다. 돈벌이와 일자리는 어느 정도 개인의 노력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수 있어 전적으로 나라와 세상 탓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공기는 내 탓이 아니다. 나 혼자 어찌할 수 없는 속성이 있다. 환경정책을 역사적으로 들여다보면 정책의 우선순위를 찾아낼 수 있다. 체감이 높은 것이 가장 먼저 다루어진다. 체감이 높다는 것을 몸에 직접 접촉하고 눈에 보이고, 인과 관계와 부작용이 명확하고 즉시 나타난다고 뜻풀이해 보자. 먹는 물의 질이 대기질보다 더욱 정치적인 이유를 알 수 있다. 위해도 기준을 들이대면 정책과 관리의 우선순위는 바뀔 수 있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최우선은 물이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한국에서 미세먼지가 환경정책 맥락에서 구체적으로 거론이 된 계기 중의 하나는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이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면 덤으로 대기 오염물질도 줄어들 테니 이를 연구해보자는 제안을 미국이 한국 정부에 한 것이 1998년이었다. 이를 계기로 대기오염 배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그 화폐적 가치를 산정하는 한미 공동연구가 수행되었다. 그 당시는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는 낯선 용어였다. 미세먼지 발생량 수준도 입자가 커다란 총부유물질 산출량을 기반으로 추정했을 뿐이었다. 이십 년이 지난 지금 미세먼지는 가장 대중적이고 정치적인 용어로 부각했지만, 한국 사회가 4대강 문제에 얽혀있다는 것은 서글프다. 원인제공 행위는 후진국의 후진국 수준이었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논쟁은 과학과 문명의 흐름에 어긋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리고 있으니 혀를 찰 일이다.
미세먼지는 나라가 해결할 일이다. 이 세상 공기가 누구 하나의 것도 아니고 내 하나 잘한다고 어찌 되는 것도 아니라면, 미세먼지를 다루는 솜씨는 위정자의 역량과 같으며 잘되고 못되고에 따라 그들의 운명도 따라 붙여야 할 것이다. 미세먼지 기구가 만들어지고 전직 유엔사무총장이 손을 거들고 나섰다니 기대해 볼 일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의 근원이 돈 욕심이지 않은가. 그리하니 더욱 난감하고 잘될까 걱정이다. 눈에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일 때 우리는 그것에 대하여 비싼 값을 치르는 법이다. 돈에 치이고 밟혀 있던 진흙 속의 진주가 어찌 사람 사이의 정(情)만일까. 요새 부쩍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인생살이 철이 들어서일 수도 있지만 추운 겨울 동안 기다려온 봄이 봄이 아님일 터이기도 할 것이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어야 하는 게, 환경을 대하는 골든룰이건만. 이 봄날 마스크 속으로 웅얼거린다. 산도 돈이요, 물도 돈인 세상이라네.
/조승헌 인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