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민 대표작품1(괭이부리 마을
고제민 作 '괭이부리마을'. /인천도시역사관 제공

괭이부리·북성포구·개항장·배다리
소멸의 아쉬움·생성의 반가움 천착
과거·현재 공존 '인천 정취' 화폭에

감성의 공감대 지역문화 가꾸는 일
유화·펜 수채화 오늘부터 전시회




중견 서양화가 고제민(59)은 백령도와 굴업도 등 섬지역을 비롯해 북성포구와 소래포구, 괭이부리마을, 배다리와 개항장 일대 등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인천의 정취가 남아있는 곳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그의 작품들에서 관통하는 키워드는 소멸과 향수, 희망이다.

소멸하는 것에 대해 느끼는 아쉬움과 향수에, 새롭게 생성되는 모습에서 인천의 정체성과 희망까지, 인천의 다양한 이야기와 모습이 담겨있다.

이 같은 작품들을 두루 만날 수 있는 고제민 작가의 '기억과 삶을 품은 공간-인천'전이 24일부터 5월 6일까지 인천도시역사관 2층 소암홀에서 개최된다.

인천도시역사관(이하 역사관)의 연중 기획전 '2019 도시를 보는 10명의 작가'의 두 번째 전시로 꾸며진다. 인천 개항장과 괭이부리마을, 배다리 일대가 담긴 작품 17점이 전시된다.

고제민 사진
고제민 작가.

고 작가는 나이가 들어 고향 인천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고 한다.

달라진 시선을 통한 결실은 2012년 6월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열린 '북성포구-노을'전에서 선보였다.

당시 작가는 "고향에 돌아와 이곳이 내 삶에서 차지했던 의미를 되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2년 6월 12일자 16면 보도)

'북성포구-노을'전 이후 발표한 작품들 중 인천의 구도심과 그곳 주민들의 삶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이번 전시회에 출품됐다. 작품들을 옮겨와서 세팅하는 등 전시 준비에 한창인 고 작가를 22일 오후 역사관 소암홀에서 만났다.

작가는 "인천의 개항장과 괭이부리 마을, 배다리라는 공간에 오랜 시간 누적된 세월과 사람들의 삶이 담긴 흔적을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고 공감하기 위해 전시 작품들을 구성했다"면서 "인천의 누적된 시간과 삶이 담긴 공간을 마주하는 일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했고, 이런 감성을 나누고 공감하는 것이 곧 지역의 문화를 가꾸고 정체성을 세워나가는 일이라는 생각에서 이번 전시회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작들은 소재(공간)의 측면에서 나뉘며, 작법으로도 나뉜다. 유화 작품들과 함께 펜에 수채화가 어우러진 작품들도 출품됐다.

그는 "펜으로 그린 작품들은 다양한 감정 표현을 보다 세밀하게 구현할 수 있다"면서 "너무 무겁지도 않으면서 명쾌하게 표출하는 부분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역사관의 '2019 도시를 보는 10명의 작가'전은 시각예술분야에서 인천과 도시를 주제로 작업해 온 작가 10인이 순서대로 전시회를 진행하는 연중 기획전이다.

고제민 대표작품2(인천 개항장 - 시간의 겹
고제민 作 '인천 개항장-시간의 겹'. /인천도시역사관 제공

고 작가는 "지역에 천착하며 창작 활동을 펴는 제게 이 같은 기획전은 큰 힘을 준다"면서 "각기 다른 작가들의 시선을 통해 다채로운 장르로 구성된 작품들이 10개월 동안 차례대로 전시된다는 것도 신선한 기획"이라고 말했다.

인천에서 태어난 고 작가는 서울예고, 덕성여대 서양화과, 교원대 미술교육대학원에서 공부한 후 귀향해 고교에서 미술 교사로 재직하다 올해 초 퇴임했다.

그는 "제 작업은 특성상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학교 일을 병행하면서 창작을 하다 보니 항상 시간에 쫓겼다"면서 "올해부터 조금 더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그만큼 창작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아졌다. 앞으로 소재는 물론 표현법에서도 다양한 것들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역사관 로고 (1-1)
한편, 24일 오후 7시 역사관 소암홀에선 전시회 개막에 맞춰 작가와 작품에 관해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된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