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과 이웃·선생님·친구·가족順
긴밀한 관계일수록 쉽게 받아들여
교류 적은 어른들의 인식개선 노력
자주 만날수 있는 환경만들기 시급
이번 실태조사의 책임연구원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이선 연구위원은 "청소년이 성인보다 다문화수용성 수준이 월등히 높은 것은 이주민의 증가가 일상화된 환경 속에서 다문화학생과 관계의 양과 질이 높아졌으며, 지속적인 다문화이해교육도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방증하듯 이주민과의 관계 유형에 따라 다문화수용도가 달라졌다. 이주민과 이웃, 선생님, 친구 그리고 가족의 순서로 긴밀한 관계에 있을수록 수용도가 높았으며, 다문화교육과 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많을수록 다문화수용성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 이주민과 직접적인 관계가 형성되고 그 만남이 많을수록 기존의 오해와 편견을 넘어 상호 이해의 폭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정은 더 파악해 봐야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이주민이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200만명이 넘는 이주민이 한국에서 지속적인 삶을 영위해 온 점을 생각한다면, 성인들의 이주민과의 관계회수와 만남의 질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그러나 만일, 성인들의 다문화수용성이 떨어지고 있는 이유가 이주민과 더욱 심화된 관계단절 그리고 배제 현상 때문이라면, 그래서 관계가 단절되고, 수용도가 더욱 떨어지고 이로 인해 더욱 배제와 단절의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된 것이라면 이는 매우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2014년 UN인종차별특별보고관과 함께 인종차별을 당한 당사자들을 만나기 위해 이들이 머물고 있는 쉼터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주로 농업노동자였던 이들에게 인종차별을 당한 경험을 물어보자, 모두가 당황하면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이들 대부분은 사람들이 많지 않은 농촌과 산간에서 주로 일해 왔으며,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하루 이틀의 휴일을 가졌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인으로부터 단절되고 배제된 삶을 살았던 이들은 일반 한국 대중들과의 접촉점이 거의 없어서, 사장으로부터 심한 인종차별을 당한 사람은 많았으나, 이외의 한국인에게는 일상적인 인종차별을 겪을 기회마저 없었다. 외지고 단절된 곳에서 한국인과 교류가 극도로 제한된 상태로 한국인들이 먹을 채소와 야채를 생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주민은 한국사회에 이미 200만명이 넘게 존재하지만, 기존 한국인의 일상적인 시각과 생활밖에 존재한다. 한국인의 생활수준과 건강유지를 위해 필요한 생산물을 만들어 내지만, 더욱더 배제된 존재로 그들만의 게토로 내몰리는 존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이주민과 이주노동자를 그들만의 게토로 몰아넣는 현재의 잘못된 정책을 당장 변화시켜야 하겠다. 그리고 이와 별도로 청소년에 비해 수용도가 더욱 떨어지고, 교류의 양과 질도 하락하고 있는 성인들의 인식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성인들에게 청소년들과 마찬가지로 특정 공간에서 집중적인 다문화이해교육이나 다문화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그렇다면 결국 기댈 수 있는 것은 더욱 적극적인 교류와 소통시도일 것이다. 시민들이 이주민과의 교류와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하고, 이주민들도 한국인과의 만남과 교류에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환경을 만들고 이를 자연스럽게 독려해야 하겠다. 모두가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소통과 교류에 모두가 나서야 한다.
/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