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까지 난지도는 '난초(蘭)와 영지(芝)가 자라던 섬'이었다. 조선 시대 김정호의 경조오부도(京兆五部圖)에는 '꽃 섬'이라는 의미를 담은 '중초도'(中草島), 오리가 물에 떠 있는 모습이라고 해서 '오리섬'(압도·鴨島)이라고도 표기했다. 이름만으로도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그윽한 풍경은 1978년 난지도가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이 되면서 모두 사라졌다.
1993년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 폐쇄로 새로 조성된 곳이 인천 서구의 수도권 쓰레기매립지다. 정부가 동아건설로부터 부지를 양도받아 1991년부터 조성했다. 혐오시설이란 이유로 당시 부지 선정을 두고 갈등이 컸다. 이곳은 1960년대 빈민구제사업으로 조성한 해안간척지로 80년대 들어서면서 농지로 사용하기 위해 개발됐다. 지금은 전국의 40%에 달하는 수도권 3개 지자체의 쓰레기가 묻힌다. 제1 매립장은 2000년, 제2 매립장은 2013년 총 폐기물 1억4천257만t이 묻히며 매립장의 역할을 사실상 다했다. 하지만 대체 매립지가 없다는 이유로 논란 끝에 사용 기한을 한시적으로 연장했다. 지난해 9월 매립을 시작한 제3-1 매립장은 2025년 8월까지만 사용하는 것으로 지자체들이 합의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주민들의 반발로 더는 대체 매립지를 발표하지 못하자 공모를 통해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를 선정하기로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가 합의했다. 그러나 이 역시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지가 않다. 혐오시설을 반대하는 이른바 님비(NIMBY) 현상이 작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 뒷마당에는 절대 안 돼! (Not in my backyard!)"라고 반발하는 주민들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세상에 쓸모없는 건 없다. 그런데 쓸모없다고 버려지는 너무 많은 쓰레기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 전 세계가 모두 그렇다. 우리나라가 특히 심할 뿐이다. 쓰레기 문제는 지금부터라도 지방자치단체 간 긴밀한 타협과 조정이 필요하고 때로는 누군가의 희생이 불가피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총선을 불과 1년 앞둔 시점에서 대체 매립지 선정이 정치권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 수도권은 이미 파랗게 질렸다. 지금도 하루 평균 1만3천여t의 쓰레기가 3-1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으로 쉼 없이 반입되고 있다.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기분이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