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입학생 대상 '기숙형 교육'
수용인원 2240명… 자리 부족 우려
"최악땐 재학생 몫 5% 불과" 반발
학교측 "확정 아냐… 피해 최소화"


용인 소재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이하 한국외대)가 재학생의 동의도 없이 내년도 신입생을 대상으로 '레지던셜 칼리지(Residential College, 이하 RC)'를 도입하겠다고 밝혀 학생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23일 한국외대와 총학생회 등에 따르면 RC는 학생과 교수가 함께 기숙사에 지내며 학습은 물론 문화·예술·체육·봉사 등의 교육을 받는 통합형 전인교육프로그램으로, 지난 19일 한국외대 개교 65주년 기념식 때 전격적으로 발표됐다.

현재 서울캠퍼스를 비롯한 글로벌캠퍼스 학생들 상당수가 학교의 일방적인 결정에 반대의사를 표출하고 있다. RC가 도입돼 신입생들이 기숙사에 입주하게 되면 기존 재학생들의 몫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국외대 기숙사 정원은 2천240명으로, 신입생과 재학생에게 각각 50%씩 배정한다. 학생들은 이미 정원 대비 기숙사 정원이 부족한 상황을 지적하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내년 신입생 모집 인원이 1천846명이고, 기념식 당시 발표된 내용대로라면 글로벌캠퍼스 신입생 전원이 RC에 참여하는 것으로 설계돼 있다.

이대로라면 기숙사 정원의 약 82%가 신입생의 몫으로 돌아간다. 학생들은 최악의 경우 현재 기준 재학생의 5%만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보통신공학과에 다니는 김모(25)씨는 "내년에도 기숙사에 지원하려고 했는데, RC가 도입되면 못 들어갈 수도 있다"며 "기존 재학생들 사이에선 기숙사 신청도 못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같이 학생들의 불안이 커지면서 총학생회도 적극적으로 나서 학교 측과 지속적인 면담을 통해 학생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한준혁(22·중국어통번역학과) 총학생회장은 "총학생회가 주최한 '레지던셜 컬리지 시스템 도입' 설문조사에서 3시간 만에 800여명의 학우가 반대했다"며 "학생들과 소통하지 않고 소수의 학교 관계자들이 결정한 졸속행정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RC를 한다고만 했을 뿐 아직 세부 프로그램을 확정하지 않았다"며 "학생들의 불편함을 전해 들은 만큼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