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 2월 민정 민주 공화 3당이 합당해 '민주자유당(民主自由黨)'이 탄생했다. 두 글자로 줄이면 '民自', 한글로 쓰면 '민자', 그래서 밋밋하고 '개성 없음'을 꼬집는 '민짜'로 발음되기 쉬우므로 당명을 바꾸는 게 좋겠다는 의견도 꽤 많았다.
당시 3당을 '보수 대연합'으로 불러야 할지, 아니면 '보수·중도합당'으로 불러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도 분분했다. 정치학자들조차 뭐라 부를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원래는 1당만으로 국회의 과반수를 확보하는 당이 없을 때, 내각책임제의 경우는 복수의 당이 합쳐서 정권을 만드는 경우를 '연립' 또는 '연합정권'이라고 부른다. 이 경우 제1당과 제2당이 합쳐서 정권을 탄생시키면 '대연립' 또는 '대연합', 제1당이 제3당과 합치면 '소연립' 또는 '소연합'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제2당인 평민당이 빠졌으니 '대연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래도 당시 언론은 3당 합당을 '보수 대연합'이라고 불러주었다. 진보성향의 강력한 제1야당인 평화 민주당이 빠졌지만, 보수와 중도가 모두 모였으니 '보수 대연합'이라고 해도 크게 어색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4당이 선거제도 개편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 3개 안건'에 합의함으로써 정국은 1여 4야에서, 순식간에 4여 1야로 바뀐 느낌이다. 일부에선 90년 '보수 대연합'을 빗대어 '진보 대연합' '한지붕 네 가족당'이란 소리도 들린다. 이게 꼭 틀렸다고 볼 수 없는 것이 신속처리 절차에 돌입하면 최장 330일이 걸려 이 기간에 4개 당은 최대 쟁점 현안에서 협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나라의 운명이 백척간두(百尺竿頭)라면 여·야 5당이 합쳐 1당이 된들 탓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지금이 그런 상황도 아니다. 패스트트랙을 강행하려는 '진보 대연합'이 국민 다수로부터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밥값 못한다"며 국회의원의 수를 줄이자는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밥그릇 싸움' 정도로 이해하는 국민도 꽤 된다.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은 '고위 공직자의 권력형 비리 근절'이라는 애초 취지와는 달리, 국회의원과 대통령 친·인척, 장·차관이 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공분(公憤)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국회인지 생각하게 하는 요즈음이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