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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지난 주말 모처럼 가족들과 인천문화예술회관 야외광장을 찾았다. '2019 동아시아 문화도시 인천' 행사 개막을 맞아 주말 내내 예술회관 야외광장에서는 한·중·일 대표 거리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열린 광장 축제'가 펼쳐졌다. 화창한 날씨에 거리 공연까지 이어지며 수천명의 인파가 몰린 주말 예술회관 야외광장은 프랑스 파리나 뉴욕의 센트럴파크가 부럽지 않은 거대한 야외 공연장으로 변해 있었다. 한·중·일 9개 팀은 코미디 드로잉 퍼포먼스, 광대 마임 저글링쇼, 아크로바틱 등 수준 높은 거리 공연을 광장 이곳저곳에서 선보이며 인천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광장에는 별도의 무대가 설치돼 있지 않아 관객들은 바닥에 둘러앉아 예술가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공연을 지켜봤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어지니 시민들의 공연 몰입도는 더 높아 보였고 여기저기서 손뼉을 치거나 환성을 자아내는 등 호응도 좋았다. 가족 단위 관람객들은 물론 휠체어를 타고 봄나들이를 나온 복지시설의 장애인 학생들이 눈에 띄었고 동료들과 함께 공연을 보러온 외국인 노동자들도 있었다. 양손에 철가방을 든 중국집 배달원 아저씨도 잠시 멈춰 신기한 듯 공연을 지켜봤다.

광장 자체가 무대가 되고 주위를 지나가는 모든 이들이 관객이 될 수 있는, 누구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 공연이 주말 내내 광장에서 이어졌다. 유명 연예인이 나오지 않아도,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하는 근사한 시설에서의 공연이 아니었어도 이날 예술회관 야외광장을 찾은 인천 시민들은 그 이상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집으로 돌아갔을 게 틀림없다. 주말 오후 내내 광장 이곳저곳을 다니며 공연을 관람한 우리 가족은 너무 많은 공연에 깊이 빠져들었다. 무료로 보았다는 게 미안할 뿐이다. 내 집 앞 공원과 광장이 세종문화회관이 되고 예술의전당이 될 수 있는,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곁에 두고 생활할 수 있는 도시. 인천이 지향해야 할 문화정책의 해답이자 열쇠를 지난 주말 예술회관 야외광장에서 찾았다.

/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