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광장에는 별도의 무대가 설치돼 있지 않아 관객들은 바닥에 둘러앉아 예술가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공연을 지켜봤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어지니 시민들의 공연 몰입도는 더 높아 보였고 여기저기서 손뼉을 치거나 환성을 자아내는 등 호응도 좋았다. 가족 단위 관람객들은 물론 휠체어를 타고 봄나들이를 나온 복지시설의 장애인 학생들이 눈에 띄었고 동료들과 함께 공연을 보러온 외국인 노동자들도 있었다. 양손에 철가방을 든 중국집 배달원 아저씨도 잠시 멈춰 신기한 듯 공연을 지켜봤다.
광장 자체가 무대가 되고 주위를 지나가는 모든 이들이 관객이 될 수 있는, 누구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 공연이 주말 내내 광장에서 이어졌다. 유명 연예인이 나오지 않아도,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하는 근사한 시설에서의 공연이 아니었어도 이날 예술회관 야외광장을 찾은 인천 시민들은 그 이상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집으로 돌아갔을 게 틀림없다. 주말 오후 내내 광장 이곳저곳을 다니며 공연을 관람한 우리 가족은 너무 많은 공연에 깊이 빠져들었다. 무료로 보았다는 게 미안할 뿐이다. 내 집 앞 공원과 광장이 세종문화회관이 되고 예술의전당이 될 수 있는,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곁에 두고 생활할 수 있는 도시. 인천이 지향해야 할 문화정책의 해답이자 열쇠를 지난 주말 예술회관 야외광장에서 찾았다.
/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