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자 권한 막강 '사사' 갈등사례
전담부서 설치·후진양성 지원 확대
'옛것' 단순보존 아닌 가치 재조명

인천 지역 무형문화재 1세대가 저물고 있다. 무형문화재 계승 단절을 막고 체계적인 보존·전승을 위해서는 폐쇄적 전승체계 개선과 민속문화 저변 확대, 전문 인력 확보 등이 요구되고 있다.

28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 지정 28개 무형문화재의 평균 연령은 70세다. '강화 외포리 곶창굿'(8호) 보유자 정정애 선생이 1936년생으로 가장 연장자이고, 제일 어린 보유자는 '판소리·고법'(23호) 보유자 조경곤 선생(1967년생)이다. 70세 이상의 고령이 11명이나 된다.

비지정 무형문화자산의 실태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으나 대부분 고령으로 사정은 비슷하다.

공연이나 공예, 민간무속, 전통놀이 등 과거부터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해져 이어오는 무형문화재는 1964년 처음으로 제도화됐다. 종묘제례악이 우리나라 무형문화재 1호다.

인천에서는 '은율탈춤'이 1988년 처음으로 국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됐고, 조선 전통국악인 '삼현육각'이 인천시 1호 무형문화재다.

전문가들은 폐쇄적인 무형 문화재 전승 체계 개선으로 문턱을 낮춰 젊은 전승자들을 많이 길러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형문화재는 해당 분야의 최고 권위자라 할 수 있는 보유자와 그를 보조하는 전수교육조교, 이수자 등으로 전승 체계가 이뤄져 있다. 국가·시에 구성된 무형문화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전수교육은 대부분 보존단체(법인)를 통해 이뤄지지만 문화재 보유자의 권한이 워낙 막강하다. 이른바 '사사(師事·스승으로 모심)'라고 하는 정통 계보를 밟아야 하고, 이는 예능의 실현 능력과 별개로 심사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사사 문제가 이수자끼리의 경쟁 과열과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고, 스승보다 먼저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보유자에게만 부여된 전수교육 권한을 조교까지 확대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무형문화재 저변 확대와 전담 인력 확충도 중요한 과제다. 인천시는 지난 2014년 미추홀구 문학동에 무형문화재 전수관을 건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입주한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이 후진을 양성하고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과 공연을 하고 있다. 현재 인천시 문화재과 소속 직원들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운영과 시설 관리 등 행정적 지원에 머무는 수준이다.

무형문화재만을 위한 전담 부서와 인력을 꾸리고 현재 1억원 상당인 전수교육 지원금의 규모를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무형문화재는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진 만큼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 역사를 반영한 중요한 자산이다. 단순히 보존에만 그치는 '옛것'으로만 여기지 않고 그 가치를 재조명해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천시는 고령화와 도시화, 산업화 등 달라진 대외 여건을 고려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이를 위한 연구·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또 전승체계 확대를 위해 올해 이수자를 196명에서 228명으로 확대하고, 신규 문화재·보유자도 지정하기로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올해 처음으로 5년 단위의 무형문화재 정기 조사를 실시해 전승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는지 파악할 예정"이라며 "달라진 전승 여건에 맞춰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보존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