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상담실 단속불만 항의 전화
상급자 문책두려워 끊지도 못해
은행 고객 갑질 호소 그림의 떡
市 자체적 관련 지원제도 '열악'
'실태파악 미흡' 제도 개선 절실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시행된 지 반년이 지났지만, 감정노동자들은 여전히 폭언에 시달리고 있다.
인천지역의 경우, 감정노동자의 실태조차 파악돼 있지 않을 만큼 상황이 열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시 종합민원상담센터인 '120 미추홀콜센터'에서 근무하는 A(39·여)씨는 지난 28일 낮 민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불법 주·정차 단속에 적발된 한 시민이 "다른 곳도 불법 주차 차량이 많다"며 단속을 요구한 전화였다.
A씨는 현장 요원들이 다른 곳에서 단속을 진행하고 있어 추후 해당 장소를 단속하겠다고 답변했지만, 즉시 단속을 원했던 민원인은 A씨에게 욕설을 하며 자신의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A씨는 끝까지 얘기를 들은 뒤에야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상급자에게 이 사실조차 알리지 못했다. 자신의 잘못으로 보일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인천의 한 시중은행에서 VIP 고객을 관리하는 40대 여성 B씨는 고객들로부터 반말을 들으며 홀대를 당한다. 이들은 집으로 물건을 배달해 달라는 개인적 요구까지 하지만, B씨는 거절할 수가 없다. 회사 경영상 중요 고객인 탓이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일명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지난해 10월 시행됐다. 사업주가 고객의 폭언 등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해야 하고, 근로자는 휴식 등의 필요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법 개정 반년이 지났지만, 감정노동자들은 법 개정 전과 후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A씨는 "이전보다 상황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하루가 멀다 하고 민원인들로부터 폭언을 듣고 있다"며 "사업주는 피해 지원 요구를 이유로 근로자에게 해고나 인사상 불이익 등을 주면 안 된다고 돼 있지만, 현장에서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조치를 요구하는 건 정말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천시는 감정노동자 관련 지원 제도가 타 자치단체보다 열악하다. 감정노동 종사자가 몇 명인지 실태조차 파악돼 있지 않다.
2016년 감정노동자를 위한 별도의 조례를 만들어 현재 피해 지원을 하고 있는 서울시와 대조적이다. 경기도와 부산시 역시 각각 2016년과 지난해 감정노동자 보호 조례를 만들었다.
최근 인천시가 2020년까지 관련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감정노동자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며 "시급하게 제도를 마련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여러 상황을 고려해 이른 시일 내에 보호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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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4-29 21:49
수정 2019-04-29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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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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