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의 인사관리 올바른 결정은
조직 효과적 통제하는 궁극적 수단
맡긴 직무 성과없을땐 잘못된 배치
공정치 못하면 구성원 경외감 훼손
참사·망사없는 정의로운사회 만들자


경제전망대 이세광2
이세광 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모든 조직에서 특히 기업에서는 경영 활동의 핵심이며 기업을 유지 발전시키는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사람 쓰기만 잘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명한 군주가 신하를 지도하고 제어하는 방법에는 두 개의 칼자루가 있다. 하나는 형(刑)이며 또 하나는 덕(德)이다. 죄는 형으로 다스리고 공이 있는 자를 상을 주는 것을 덕이라 한다. 사람은 형벌을 두려워하고, 상은 좋아하는 법이다." 한비자의 제7편 이병(二柄)에 나오는 얘기이다. 이병은 두 개의 칼자루 즉, 형과 덕이며 상과 벌을 말한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신하 된 자들은 처벌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칭찬받고 상 받는 것을 이롭게 여기므로 군주가 직접 그 형과 덕을 관장한다면 신하들은 그 권위를 두려워하여 이로운 쪽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간신들은 그렇지 않으니, 그들이 미워하는 자가 있으면 군주로부터 형벌의 권한을 얻어내 죄를 씌우고 좋아하는 자가 있으면 군주에게서 포상의 권한을 얻어내 상을 준다. 오늘날 군주가 이처럼 상벌의 권위와 이익을 스스로 내지 못하고 신하의 말만 듣고서 상벌을 시행한다면, 온 나라의 백성들은 모두 그 신하만 두려워하고 군주를 가볍게 여길 것이다. 이것은 군주가 형과 덕을 잃었기 때문에 생겨나는 환란이다. 무릇 호랑이가 개를 복종시킬 수 있는 까닭은 발톱과 이빨을 지녔기 때문이다. 만일 호랑이에게서 발톱과 이빨을 떼어 개에게 사용하게 한다면 호랑이가 도리어 개에게 복종할 것이다." 바로 직전의 지난 권력에서 낱낱이 드러났던 슬픈 일이다.

한비자 '이병'편의 월관지화(越官之禍)이야기 하나 더 추가해 본다. 전국시대 한나라 군주 소후(韓昭侯)가 술에 취해 깜빡 잠이 들었는데 지나가던 전관(典冠:모자 담당)이 군주가 추워하는 것을 보고 옷을 덮어주었다. 한소후가 잠에서 깨어나 물었다. "누가 옷을 덮어 주었느냐?" "전관입니다." 그러자 한소후는 전관과 전의(典衣:옷 담당) 모두를 벌하였다. 전관의 죄는 그 직분을 월권한 것이고, 전의의 죄는 자신의 일을 놓친 것이다. 직분을 침범한 폐해가 두려운 결과를 가져오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혜로운 군주로서의 현명한 판단이었다. 이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신상필벌이다.

한비자의 가르침은 이렇게 정리된다. 첫째, 신하가 자신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스스로 자신의 말로 하게 하라. 둘째, 그 말에 걸맞은 일을 부여하라. 셋째, 그 일에 부합하는 공(功)으로 책임을 물어라. 넷째, 말과 일, 공이 모두 부합되면 상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벌을 주라. 기원전의 고전이지만 오늘날에도 변함없는 원칙이며 모든 조직의 경영자들이 되새겨야 할 생생한 교훈이다.

현대경영학의 창시자 피터드러커 박사의 효과적 인사관리를 위한 의사결정의 기본원칙을 적어본다. 1.직무의 내용에 대해 철저하게 생각하라. 2.잠재력이 있는 여러 명의 후보들을 검토하라. 3.후보자들의 강점을 파악하라. 4.후보자들과 함께 일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그 각각의 후보자들에 대한 의견을 들어라. 5.새로 임명된 사람이 직무의 내용을 이해하는지 확인하라.

어떤 직무에 사람을 배치했는데 성과가 신통치 못하다면, 그 의사결정은 잘못된 것이다. 경영자는 그 사람을 비난하거나 불평할 이유가 없다. 잘못은 경영자가 한 것이다. 경영자에게 있어 인사관리에 대한 올바른 의사결정은 조직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궁극적 수단이다. 또한 인사관리에 대한 의사결정은 경영자가 얼마나 유능한지, 그의 가치관은 무엇인지, 그가 자신의 직무를 얼마나 진지하게 수행하는지를 분명하게 알려준다. 경영자들이 자신의 의사결정을 비밀로 유지하기 위해 아무리 애쓴다 해도 인사관리에 관한 의사결정만큼은 비밀로 숨길 수가 없다. 글을 쓰는 지금 속보가 뜬다. 거물 정치인이 결탁된 대형 통신회사의 채용비리 사건으로 유명한 전직총수가 구속됐다는 속보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인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경영자는 조직에 해를 끼치는 것 이상의 잘못과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조직에 대한 경외감을 훼손시킨다. '인사 참사', '인사 망사'가 아닌 '인사 만사'로 정의로운 사회가 되도록 하자.

/이세광 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