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0201000188000007351
이현준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인천의 한 사업가는 최근 경찰로부터 '경찰발전위원회' 위원 해촉 통보를 받았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일부러 시간을 내어 성실하게 활동해 왔는데, 갑작스런 해촉 통보가 아쉬웠고 조금은 납득하기 어렵기도 했다. 경찰의 이 같은 움직임은 '버닝썬 사태'에서 비롯된다. 경찰과 경찰발전위 위원 간 유착 의혹이 버닝썬 사태를 계기로 불거지자 경찰이 이런 유착 고리를 끊겠다며 전국적으로 재정비에 나선 것이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지역 경찰발전위 위원 중 개인사업가와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60~70%에서 40% 이하로 낮아지도록 재정비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발전위는 1999년 경찰청 예규가 규정되면서 공식 출범했다. '합리적인 치안정책 수립과 경찰행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이다.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덕망이 있는 지역사회 지도층 인사'를 경찰이 추천해 30명 이내에서 구성·운영돼왔다. 2~3개월에 1번 정도 경찰 지휘부와의 회의에서 치안 시책 관련한 의견을 제시하는 게 이들의 주된 역할이다. 하지만 "경찰서장이 지역 유지들을 만나는 통로일 뿐", "특별한 기능도 없는 친목단체", "유착 연결고리가 될 수 있는 조직"이라는 등의 지적이 경찰 내부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버닝썬 사태 직후 경찰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경찰발전위를 폐지해야 한다"는 글은 상당한 공감을 얻기도 했다. 개인사업가와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고 한번 맡으면 장기간 활동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은 이런 우려와 의구심의 배경이 됐다.

전문가들은 '주민 소통'이라는 경찰발전위의 순기능은 살리면서도, 위원 위촉·해촉의 선명성과 위원회 운영의 투명성을 제도적으로 더욱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부분이 기존에 반영돼 있었다면, 위원 해촉 통보가 당사자에게 충분히 납득됐을 것이다. 경찰이 전문가들의 조언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경찰의 경찰발전위 재정비 작업은 이달 중 마무리된다.

/이현준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