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지난 4일 원산에서 정체불명의 무기를 하늘로 쏘아올렸다. 합동참모본부는 처음엔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가 곧 '단거리 발사체'로 정정했다. 정황상 미사일이 분명해 보이는데 6일 현재까지도 정부의 공식입장은 불상(不詳)의 발사체이다. 불상의 발사체가 미사일, 그것도 탄도미사일로 판정되면 유엔 안보리 결의와 지난해 남북이 합의한 9·19 군사분야 합의를 위반하는 중대한 도발행위가 되고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외교가 위기에 봉착한다.
정부가 북한의 돌발적인 도발을 '단거리 발사체' 수준에서 관리하는 이유는 대북협상을 위한 관용 때문일 것이다. 미국도 우리 측 입장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은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비핵화)합의는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의 발사체가 미국을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북한이 비핵화하도록 그들과 좋은 해결책을 협상할 모든 의사를 갖고 있다"고 미·북 협상 의지를 강조했다. 청와대의 관용이 미국을 설득한 모양새다.
한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6일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문무일 검찰총장이 반대한데 대해 페이스북을 통해 "문무일 검찰총장의 우려 역시 경청되어야 한다"고 정중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번 패스트트랙 대치 정국 당시 페이스북에 국회선진화법 처벌조항을 게시하고 외국 록밴드의 노래 '좀비' 영상을 올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패스트트랙 법안 반대는 같지만 상대가 문재인 정부 초대 검찰총장과 자유한국당이라는 점만 다르다.
오는 10일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을 맞는다. 문 대통령이 북한에 보여준 인내심으로 야당과 기업의 주장과 제안에 귀 기울였다면 경제분야의 실패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조 수석이 문 총장에게 보여 준 '경청'의 아량을 야당에게도 보였다면 정국이 지금처럼 각박해졌을까 싶다. 문재인 정부의 북한과 내 편을 향한 관용이 우리 내부의 다른 편에게는 심각하게 비대칭적이다. 관용은 누구에게나 대칭적으로 적용되어야 의미를 갖는 가치 아닌가.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