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아카시아'는 열대지방에 사는 나무
'닮아서 학명 붙인것 뿐' 처음부터 잘못 불려
황폐한 땅에서 잘자라 조림용으로 많이 심어
꽃은 떡·술 재료… 목재는 강도높아 '고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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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
계절의 여왕 5월이다. 봄이 무르익어 온 천지가 연두에서 초록 사이 농밀한 색채를 뿜어대는 신록으로 더할 나위 없는 눈 호강을 하게 된다. 여기에 은은하고 향긋한 꽃향기까지 더해져 산과 들에 향연처럼 가득 펼쳐지면 저절로 동요 '과수원 길'에 나오는 '아카시아 꽃'을 연상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아카시아의 정확한 이름은 아까시나무이다. 진짜 아카시아는 아프리카나 호주의 사막 같은 열대지방에 사는 나무로 온대기후인 우리나라에는 살 수 없다. 아프리카에서 기린이 목을 길게 빼고 단골로 뜯어먹는 나무로 키가 크고 억센 가시가 많으며 꽃도 황금색이다.

아까시나무의 잎이 아카시아나무와 닮았다고 해서 학명에 acacia가 붙은 것뿐인데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올 때 잘못 불리고 이것이 그대로 굳어져 아카시아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아까시나무의 학명에는 가짜 아카시아라고 해서 'pseudo' 즉 가짜라는 라틴어 접두사가 붙어 있으며, 영어 이름도 'False acacia' 역시 가짜 아카시아라는 뜻이다. 아까시나무가 잘못된 이름으로 불린다는 사실을 안 이창복 박사가 1966년 이 나무의 가시에 착안해 아까시나무로 부르자고 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아카시아로 부르고 있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아까시나무는 일본인의 손을 통해 1891년 중국을 거쳐 인천으로 들어왔다. 아까시나무는 메마르고 황폐한 땅에서도 잘 자라며 생장속도도 굉장히 빨라서 과거 치산녹화사업을 통해 전국에 조림과 사방사업용으로 많이 심은 것이 널리 퍼져 지금에 이르고 있다. 특히 어떤 식물도 살기 어려운 황폐한 산에 뿌리내리고 자리 잡아 다른 나무들이 잘 자랄 수 있게 만들어주었는데 이는 뿌리에 공중의 질소를 고정하는 뿌리혹박테리아가 있어 척박한 땅을 비옥하게 했으며 농촌에 연료와 퇴비를 공급하는데도 유용했다. 또한 아까시나무에서 채취한 꿀이 전체 생산량의 70%를 넘게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국내 최대의 밀원수(蜜源樹)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까시나무는 때로는 쓸모없는 나무로 인식되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소나무 등 토종 수종의 생장을 방해하고 왕성한 생명력으로 인해 생태계 교란을 염려하게 했다. 더더욱 용서할 수 없는 것은 소중히 여기고 관리하고 있는 조상님들의 산소에 뿌리가 파고들어 제거해야 하는 나무가 되기도 했다. 또 일제가 우리 산을 망치려고 일부러 심었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아까시나무를 심은 것은 그 당시 황폐한 민둥산이었던 우리나라 산의 상태에서는 최상의 선택이었다. 사실 아까시나무는 그대로 내버려두면 더 이상 맹아를 번식하지 않으며 수명도 기껏해야 100년 정도이고, 햇볕을 아주 좋아하는 극양수라서 다른 나무가 숲을 이룬 곳은 침범하지 못하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까시나무는 콩과에 속하는 잎이지는 넓은잎 큰키나무이다. 다 자라면 키가 25m까지 큰다. 5∼6월에 흰색으로 피는 꽃은 개화기간은 약 10일 정도이며 여러 개의 꽃이 꽃대에 모여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달린다. 잎은 깃모양의 겹잎이고 어긋나기로 달리며, 9∼19개 달리는 작은 잎은 타원형 또는 달걀 모양으로 양면에 털이 없고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아까시나무의 가장 큰 특징인 가시는 잎자루 쪽에 1쌍씩 달리는데 잎을 구성하는 것 중 하나인 턱잎이 변해서 생긴 것으로 어느 정도 큰 나무가 되면 없어지고 더는 생기지 않아 방어용 무기로 어린 가지나 줄기에 나타난다고 보면 된다. 9∼10월에 갈색으로 열리는 열매는 콩과 식물이라 꼬투리 모양인데 속에는 흑갈색의 콩팥 모양 씨가 들어 있으며 겨우내 달려 있기도 하고 간혹 이듬해 봄에 꽃이 필 때까지 달려있기도 한다.

아까시나무의 꽃은 날것으로 먹기도 하고 떡과 술로 만들어 먹는다. 잎은 나물로 먹고 이뇨작용이 뛰어나 신장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까시나무는 건조가 까다롭기는 하지만 아주 좋은 목재이다. 색상과 무늬가 아름답고 뒤틀림이 거의 없으며, 강도도 높은 데다 방부효과까지 뛰어나 가공기술이 개발되면서 고급 목재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