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벽봉' 50명 3m 높이 300m 벽화 봉사
고유섭·김구 등… 배경엔 '인천 환경색'
회색빛 콘크리트의 우중충한 인천시청 후문 담장이 인천을 상징하는 인물과 색으로 채워진다.
벽화 그리기 봉사활동을 하는 인천의 한 모임이 시청 후문에서 석천사거리까지 이어진 시청 옹벽에 '인천'을 입히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1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 인천시청 후문부터 석천사거리까지 이어진 담장 앞에 봉사단체 '우리동네벽화봉사단(이하 우벽봉)' 회원 50여 명이 모였다. 이날 봉사단 회원 50명이 길이 300m, 높이 3m가량의 회색 담장을 채울 그림은 인천의 인물.
한국 미학의 선구자 고유섭과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이라 불리는 훈맹정음 창시자 박두성, 인천에서 옥살이를 했던 김구,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 등 인천에서 태어났거나 관련이 있는 인천의 대표 인물들이다.
배경색으로는 인천시가 지난 4월 선정한 인천바다색, 인천하늘색, 팔미도등대색, 개항장벽돌색 등 10가지 '인천 환경색'이 쓰인다.
이번 인천시청 담장 벽화 그리기는 우벽봉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인천을 대표하는 공공기관인 시청의 담장이 너무 우울한 분위기라는 회원들의 공감대가 있었고, 관할 관청인 남동구에 벽화 봉사활동을 제안했다.
우벽봉 김상훈 대표는 "인천시청인 만큼 인천을 대표하는 인물을 그림으로 그려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고 남동구와 인천시 협의를 거쳐 봉사활동을 진행하게 됐다"며 "지나가는 시민들이 벽화를 보고 몰랐던 인천의 인물과 상징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2017년 8월 결성된 우벽봉은 낡은 담장과 건물 외벽에 그 지역을 상징하는 그림을 그려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는 활동을 하는 봉사단체다.
10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총 회원 숫자가 300명으로 늘었다. 대부분 20~30대 직장인으로 미술 관련 전공자는 10%도 안 된다.
2주마다 조별로 모여 학교, 군부대 주변 담장, 공원 등지에서 벽화그리기 봉사를 하고 있다. 일부 후원을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고 있다.
우벽봉은 11일 바탕색 그리기 작업을 시작으로 도안 스케치, 색칠 작업을 거쳐 6월 중으로 시청 담장 벽화 봉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날 봉사활동에 참여한 회원 이지영(31·여)씨는 "우리의 손길로 더러웠던 벽이 깨끗하게 바뀌고 밝아진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