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 이름 만든 방정환 선생의 아동 잡지와 문화 운동
동요·만화·광고 등 일제강점기 사회모습 고스란히 담아내
퍼즐·책 제작 같은 체험코너 눈길… 부족한 해설 '옥에 티'
지금은 흔히 쓰는 '어린이'라는 말, 사실 100년도 채 되지 않은 단어다.
그 전까지 우리말에서 어린 아이를 일컫는 말은 '애 녀석', '애놈' 등과 같이 지금으로선 다소 과격하게 들리는 말이 어린이를 대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린아이를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어린이'라는 아름다운 말을 선물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일제에 저항하며 어린이 인권을 위해 일생을 바친 소파 방정환 선생이다.
선생은 1920년 서양 작가인 스티븐슨의 시를 번역하면서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 썼고, 이후 1922년 5월 1일 제1회 '어린이날'을 제정했다.
1923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순수 아동잡지 '어린이'를 창간, 어린이들의 민족 정신을 일깨우고,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데 앞장섰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이 준비한 특별기획전 '백 년 전 어린이를 만나다'는 일제강점기 어린이들에게 자주독립정신을 심어준 아동잡지 '어린이'의 역사를 살펴보고, 당시 방정환 선생이 펼친 어린이 문화 운동의 역사를 곱씹어보는 전시다.
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 마련된 전시장은 입구부터 독특하다.
'어린이' 잡지 목차 목록을 펼쳐놓은 입구는 마치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안겨준다.
가장 먼저 들어서면 '동시' 코너를 만날 수 있는데, 어린시절 한 번 쯤 들어본 익숙한 동요가 발걸음을 사로잡는다.
3·1 독립만세운동 이후, 작곡가들은 '어린이문화운동'의 하나로 노래를 널리 알리기 위해 동시에 곡을 붙여 노래로 지었는데, 전시장에서 소개되는 최순애의 '오빠생각', 윤극영의 '반달', 서덕출의 '봄 편지' 등이 이 무렵 나온 동시들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노래와 함께 동시에 대한 역사를 읽다 보면 일제강점기를 살던 어린이들의 아픔과 슬픔, 이별의 설움 등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박물관은 어린이를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동시의 역사를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코너 앞에 체험 교구를 마련, 나무로 제작된 그림 퍼즐을 통해 동시 속 숨은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목재로 된 그림 퍼즐이 편안한 분위기를 주는 것은 물론, 충분한 흥미를 주고 있어 어린이 관람객들이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이곳인 듯 하다.
이어 왼쪽 '만화' 코너에서는 근대의 만화 작품이 전시됐다.
1910년대부터 1940년대 이후까지 잡지와 신문에 실린 짧은 이야기의 컷 만화들이 빼곡히 채워졌다. 시대를 반영하는 다양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만화는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잡지 코너에는 어린이 잡지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잡지는 그림찾기, 미로찾기, 퀴즈, 편집자 이야기 등으로 구성됐는데, 이는 오늘날의 잡지 구성과 크게 다르지 않아 눈길을 끈다.

재미있는 광고들이 자리하고 있는 광고 코너는 시대의 사회상을 드러내고 생활사를 보여준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광고가 조선의 광고보다 많았고, 광고에 표현된 언어도 일본어가 많이 섞여 있었다.
그래서일까. 광고에는 낯선 단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곳곳에서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을 질문하는 아이들과 광고에 등장하는 단어들의 뜻을 최대한 추리해서 자녀들에게 알려주는 부모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시간은 부모님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해설이 부족한 점은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다.
박물관이 어린이를 위한 공간인 만큼 체험 프로그램도 신경 썼다. 전시장 한 편에는 근대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과 8페이지의 '어린이' 잡지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활동지 등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체험 활동을 운영한다.
이번 전시는 오는 8월 18일까지 계속되며, 자세한 사항은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