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벨 선생님은 말했다. "한 국민이 노예로 전락해도 자기 나라말만 잘 간직하고 있으면 그것은 자신이 갇힌 감옥의 열쇠를 자신이 쥐고 있는 것과 같다." 종이 울렸다. 프랑스어로 하는 마지막 수업이 끝난 것이다. 아벨 선생님은 "여러분! 나는, 나는…하고 말하며 칠판에 온 힘을 다해 이렇게 썼다. '프랑스 만세!'.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에 나오는 이야기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해도, 지금 교직에 있는 선생님 중 이 글을 읽은 분이 있다면 아벨처럼 한번쯤 용기 있는 교사, 진실을 가르치는 교사가 돼보리라 다짐한 적이 있을 것이다.
존 키팅 선생님은 말했다. "지금 이 순간을 붙잡아라. 그리고 즐겨라. 너희만의 특별한 삶을 살아라." 명문 사립 고등학교 영어 교사 키팅 선생님의 이 말에 공부만이 인생의 전부로 알았던 학생들은 큰 충격을 받는다. 선생님을 다룬 영화를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한 장면이다. 이 영화를 본 선생님이 있다면, 키팅처럼 입시의 멍에를 훌훌 집어 던지고, 참교육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고 싶은 욕망이 불끈 솟아오름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두 작품에 등장하는 선생님들은 어떻게 보면 불행한 분일 수도 있다. 명성도 권세도 부귀영화도 없는 생애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평범한 삶 속에서 숙연하고 따듯한 인간의 정과 스승의 참모습을 발견한다. 이러한 스승은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스승다운 스승이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런 스승을 찾으려고 하지 않았을 뿐, 지금도 어디에선가 묵묵히 '스승의 길'을 걸으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을 것이다.
"나는 내 법전을 팔아 버리기로 했다. 왜냐하면, 법률보다 한층 더 중요한 일에 투신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미국 공립학교의 아버지로 불리는 호러스 만(Horace Mann)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의 한 토막이다. 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던 그는 알량한 정치보다 미래의 동량을 키우는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믿은 사람이다. 공자도 그랬다. 왕도정치의 이상을 실현하려고 꾀하다가 실망하고 3천여 명의 제자를 가르치는 것으로 희망을 찾았다. 오늘날 스승들은 과연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가. 육신을 낳고 키운 건 부모지만, 정신을 낳고 키운 건 스승이다. 오늘은 스승의 날. 스스로를 내세우지 않으며 '스승의 길'을 걷고 계신 선생님께 경의를 표한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