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법안 관련,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지면 부실 수사가 우려된다는 주장을 제기해 검·경 간 논쟁을 더 뜨겁게 달구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검 황진선 검사는 지난 8일 검찰 내부통신망에 '수사권 조정안 적용(시뮬레이션) 결과'를 분석한 글을 올리고 "검사는 1차적 수사권이 제한돼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거나 주범이 따로 있는 등 송치사건의 오류를 발견해도 직접 수사할 수 없어 경찰이 응하지 않을 경우 바로잡을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황진선 검사는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수사권 조정안이 실제 적용됐을 경우를 가정해 "성매매업소를 수사한 경찰이 운영진 A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 검사가 계좌 거래내역 등을 확인한 결과 A씨는 바지사장이고 실제 사장이 따로 있을 때는 검사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황 검사는 "개정안에 따르면 '송치 전 수사지휘'가 폐지돼 검사는 A씨에 대해서만 보완수사를 경찰에 요구할 수 있다"며 "주범을 찾으라는 수사를 지휘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황 검사는 "억울하게 구속된 A씨가 경찰에 실제 운영자 B씨를 제보했으나, B씨에 대한 수사는 '혐의없음'으로 종결된 경우, 이의제기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검찰의 주장에 대해 경찰 측은 "현재 수사권 조정안은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검사는 영장청구를 통해 언제든 경찰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만큼 경찰 수사권의 비대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인천지검 소속 검사의 '수사권 조정안' 적용(시뮬레이션) 결과>

■CASE 1 : 사건 축소형

# 강남에서 성황리에 영업 중인 성매매업소 '버닝스타'를 수사하던 경찰이 운영진이라며 A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였다.

- 문제 : 검사는 계좌 거래내역 등을 확인한 결과 A는 바지사장에 불과하고, 실제 사장은 동네 조폭 B인 것을 발견하였다. 검사는 B에 대해 어떤 조치가 가능할까요? (영장, 송치 전 지휘 관련)

○ 답 : B에 대해 아무런 조치, 수사도 할 수 없습니다. A에 대하여만 보완수사 요구를 할 수 있을 뿐이며, '송치 전 수사지휘'가 폐지되어 주범 B에 대한 수사를 지휘할 수는 없습니다.(형사소송법 개정안 197조의3)

- 문제 : 그 후 A는 구속되었고, A에 대한 구속사건이 송치되었다. 검사는 실제 사장을 어떻게 잡을 수 있나요? (송치 후 지휘 관련)

○ 답 : 법률상 방법이 없습니다. 검사는 성매매에 대한 수사 개시 권한이 없어 B에 대해 직접 수사할 수 없습니다.(검찰청법 개정안 4조)

결국 경찰에 'B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를 해야 하나, 경찰이 'A에 대한 공소제기·유지나 영장청구와 무관하다'는 이유로 보완수사 요구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개정안 197조의2)

보완수사 요구를 거부한 경우 검찰은 직무배제 또는 징계요구할 수 있으나, 경찰청에서 무시할 경우 아무런 대안이 없습니다.

- 문제 : 억울해진 A는 경찰에 "B가 실운영자다"라고 제보하였으나, B에 대한 수사는 '혐의없음' 종결된 상태이다. A는 그 혐의없음 종결에 대해 이의제기가 가능한가요? (이의신청권 관련)

○ 답 : 불가능합니다. A는 형사소송법상 '고소인 등'(고소인·고발인·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에 해당되지 않아 이의신청권이 없습니다.(형사소송법 개정안 245조의7)

- 문제 : 억울함을 풀 길이 없는 A는 "유착으로 인해 경찰이 B에 대한 수사를 부당하게 종결하였다. B를 처벌해달라"며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하였다. 검사는 어떤 조치가 가능할까요? (수사종결권 관련)

○ 답 : 재수사요청을 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개정안 245조의8) 그러나 경찰이 다시 무혐의로 종결하고 불송치하면 그만입니다. 검사는 다시 '재재수사 요청'을 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CASE 2 : 무고한 시민에 대한 수사

# 경찰은 A의 신고를 받고 출동하여 A 여자친구의 사체를 발견하였다. 그리고 경찰은 A를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하였다.

- 문제 : 검사는 살인 혐의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영장을 기각하였고, 오히려 피해자의 동업자인 B가 범인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그럼 검사는 보완수사 요구를 할 수 있을까요? (영장, 송치 전 지휘 관련)

○ 답: 불가능합니다. '송치 전 수사지휘'가 폐지된 상황에서 'A에 대한 보완수사'가 아닌 'B에 대한 수사'라는 이유로 경찰이 보완수사를 이행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개정안 197조의2) 이 경우 검사는 경찰의 직무배제 또는 징계요구할 수 있으나, 역시 경찰이 무시하면 그만입니다.

- 문제 : 본건 살인 혐의로 A를 기소하여 재판이 진행되던 중 진범 B에 대한 증거가 확보되었다. 검사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어떤 조치를 할 수 있을까요? (송치 후 지휘 관련)

○ 답: 검사는 B에 대한 살인 사건을 직접 수사할 수 없습니다. 살인은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검찰청법 개정안 4조)

결국 경찰에 'B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를 고려할 수 있으나, 경찰이 보완수사 요구는 'A'에 대한 공소제기 및 유지, 영장청구 목적으로만 가능하다는 이유로 거부할 경우 진범에 대한 수사가 불가능합니다.(형사소송법 개정안 197조의2)

■CASE 3 : 사건 은폐형(피해자 有)

# A조직폭력배가 관리해오던 유흥주점 '라이징스타' 인근에 B가 경쟁업소를 개업하자 A조직원 5명이 B를 구타하여 전치 8주의 상해를 가하였다.

- 문제 : 경찰이 가해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불송치하였다. 검사가 사건기록(등본) 검토하다가 A조직원들의 인적사항을 특정할 단서를 발견하였을 때 어떤 조치를 할 수 있을까요? (수사종결권 관련)

○ 답 : 검사는 CCTV 확인, 사건 현장 부근 업소관계자 진술 청취를 통해 피의자의 인적사항 특정하도록 재수사 요청을 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개정안 245조의8) 하지만 경찰은 이를 따르지 않고 다시 불송치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불송치 결정을 검사에게 통보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검사는 재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 문제 : 피해자인 B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검찰에서 사건을 직접 송치받아 수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의신청권 관련)

○ 답 :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는 있습니다.(형사소송법 개정안 245조의7) 하지만 이의 신청이 접수되어 검찰에 사건 송치된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주범이 도주할 수 있습니다. 이미 시일이 많이 지나 CCTV 영상이 삭제되거나 A조직이 주변 상인들을 이미 회유해놓는 등 유의미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 높습니다.

■CASE 4 : 사건 은폐형(피해자 無)

# A폭력조직은 경쟁조직인 B폭력조직과 집단 패싸움을 벌여 여러 사람이 다쳤다. 그러나 사건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집단 싸움이 아니라 개개인의 다툼인 것처럼 말을 맞추고, 합의서를 제출하였다.

- 문제 : 경찰은 단순 폭행으로 '공소권없음' 사안이라며 사건 종결하고 불송치하였다. 검사는 진실과 정의에 부합하는 처분을 위해 어떤 조치를 할 수 있을까요? (수사종결권 관련)

○ 답 : 이 사건 기록은 검찰에 송부됩니다. 그럼 검사는 60일 안에 기록을 검토한 후 사경의 불송치 결정이 위법·부당하면 재수사 요청을 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개정안 245조의5, 245조의8) 그러나 수많은 사건들 중에 이처럼 마음먹고 암장한 사건을 기록만 보고 진실을 밝혀낼 수는 없습니다. 60일 동안 검사는 주변인 조사, CCTV 확인 등의 기초적인 수사도 할 수 없고 그냥 경찰이 만든 기록만 살펴보는 것입니다. 기초적인 수사도 없는 상태에서 기록만으로 범행의 전말을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설사 검사가 기록을 보고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재수사 요청을 한다 하더라도 경찰이 재차 불송치 결정을 하면 관철할 수단이 없습니다.(형사소송법 개정안 245조의8)